골프가 나아갈 길 (1)

부모의 경제력도 실력이라던 정유라가 귀국했다. 귀국하자마자 구속영장이 기각되었으니 가히 그 실력이 여전히 기세가 등등하다. 다만 정유라에 대해 내가 한층 더 분노하는 건 그녀가 스포츠를 더럽혔기 때문이다. 과거에 한달 정도 승마를 배웠고, 말이라는 생명체와 교감하는 그 멋진 스포츠가 단순히 부자들의 전유물이거나 귀족놀음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승마를 정말 귀족놀음의 일환정도로 끌어내린 그녀에게 오히려 분노할 뿐이다. 사실 정유라에 대해서 가장 분노해야될 사람들은 바로 승마인들이다.

요즘 골프 관련 글을 써야 하기 때문에 거의 매일 골프 뉴스를 체크한다. 지난주에 화제였던 뉴스의 자극적 헤드라인은 이랬다.

“골프대디 갑질에 멍드는 그린”

김해림 선수의 아버지가 딸의 소속 골프단 매니저에게 굉장히 물의가 될만한 행동을 벌였고, 폭행까지 했다. 매니저는 직장을 잃을까 신고하기를 포기했다. 언론의 보도와 CCTV 자료 화면이 공개되자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댓글들에는 과거 가장 유명했던 여자 골퍼의 아버지도 이쪽 방면으로는 아주 유명하셨단 증언들도 쏟아졌다.

골프대디들은 매니저나 관계자, 캐디들을 아예 심부름꾼 취급하기도 하고 이런 골프맘 골프대디들과의 마찰로 아예 골프계를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더더군다나 가장 분노해야될 골프인들은 직장을 잃을까 쉬쉬하고 협회역시 솜방망이 처벌로 근본적 해결책에 적극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김해림 선수는 결국 이에 대해 사과문까지 작성해야 했다. 다만 사과문은 길이가 너무 짧은 감이 없지 않았다. 하긴 아버지의 논란에 대해 딱히 딸로서 할 말이 또 뭐가 있었겠으랴. 일단 사과를 한 것에 논란은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과연 그것으로 끝이 났을까? 이것으로 정말 끝이 난 것일까? 그리고 논란은 정말로 사그라들고, 골프인들은 정말로 이에 대해 완전히 수긍을 하고 넘어간 것일까?

이 모든 것들은 사실, 어느정도는 자포자기에 기인한 것이 아닐까?

골프란 스포츠가 원래 그렇지 뭐. 혹은, 이 판이 원래 그렇지 뭐. 더러우면 자기가 떠나야지. 언제는 안 그랬나.

자기들 스스로 골프란 스포츠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덧 씌우고 그것에 대해 굴복하면서 자포자기하며 이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승마계와 마찬가지로 정작 정유라가 삼성의 지원을 등에 업고 수준미달의 실력으로 국가대표에 뽑혀가면서 승마라는 스포츠를 유린하고 있을 때는 한마디 말도 할 수 없었던, 혹은 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 사건도 그렇게 그냥 논란을 덮을수밖에 없었던, 혹은 적극적으로 덮고 넘어가는 것은 아닐까. 물론 정유라와 이번 골프대디의 갑질사태는 조금 결이 다르지만 스포츠가 가지는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두 사건 다 비할 바 없이 위중한 사태라고 생각한다.

골프인들으 결국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승마와 골프는 ‘결국 돈 있는 놈들이나 하는 놀음’ 으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혹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골프인들의 머릿속에 박혀가는 것 아닐까 자문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