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나아갈 길 (2)

프로 골퍼들만 이런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은 아니다.

일반인, 생활체육 골퍼들도 이 논란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2015년 기획 뉴스로 취재된 사례들에 따르면 경기 도우미에 대한 욕설, 라운드 도중에 바통터치하듯 백을 바꿔 골프치기, 총지배인에 대한 욕설과 진상, 협박, 인격모독과 성추행 등이 ‘아주 빈번하다’ 고 한다. 매너가 전부인 골프장에서 안개가 꼈다거나 비가 내린다고 해서 티오프를 거부하기도 하고, 이런 것을 일일이 대응해야 하는 감정노동자들에게 골프장은 기업 이미지 때문에 ‘웬만하면 참기를’ 강요한다.

또한 이런 사태에는 공급과잉이 된 한국 골프장들의 서비스 수준도 한몫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선량한 골퍼들과 골프장에서 일하는 감정 노동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가장 큰 피해는 자신들은 인지하지 못하겠지만 바로 ‘골프’ 라는 스포츠 자체에 대한 인식과 이미지이다.

사람들이 스포츠를 사랑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얼마전 시각장애인 테니스 대회가 열렸다는 소식을 듣고 골프쪽에는 혹시 그런 대회가 없나 해서 찾아보았다. 아직 국제적으로 활성화되어있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미국과 일본에서는 협회가 있었고, 한국도 10년 안팎의 역사지만 대한 장애인 골프협회가 존재했다. 부분 장애인들이 세미 프로로 활동하거나, 휠체어 골프, 장애인 파크 골프 등이 부분적으로 생활체육 형태로 행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장애인 골프에 대해서는 국제기구가 아직 존재하지도 않은 상태였다.

2016년까지 꾸준히 열리던 대회도 2017년 들어서는 대회 일정이 공란으로 된 상태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적극적인 활동도 있었다. 제1회 골프존문화재단배 전국 장애인학생 초청 골프대회가 그랬다. KPGA 프로 8명과 KLPGA 프로 5명이 참가해 재능 나눔과 멘토로 참가했다. 전국에서 모인 중고등학생 24명은 화창한 날씨에 프로들과 함께 라운딩을 돌며, 또 부모님들의 손을 꼭 잡고 필드를 돌며 뜻깊은 하루를 보냈다.

도대체 이런 활동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제목은 골프가 나아갈 길이라고 해놓고 갑질 얘기하더니 이제는 장애인 체육 얘기한다? 내가 진짜로 소개하고 싶은 기사는 이거였다.

지난주에 이승민 선수는 KPGA 투어프로 자격을 획득했다. 이승민 선수는 자폐성 발달장애 3급의 프로골퍼다. 투어프로 자격 획득 도전은 5번째만이었고, 결국 해냈다. 지난해에 KPGA 해피프렌즈 상을 받았는데 이는 ‘신체, 물리, 환경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노력하며 사회적 귀감이 되는 선수에게 수여하는 상’ 이라고 한다. 이승민 선수는 직접 수상 소감을 종이에 적어 수십번 반복해서 보며 종이가 땀으로 젖을 정도로 준비해 소감을 발표했다고 한다.

바로 이것이다. 바로 이것이 골프가 나아갈 길이다. 스포츠를 보면서 뭘 느끼는가? 우리는 인간을 본다. 인간의 한계, 도전, 그리고 경쟁, 투쟁, 아름다움을 본다. 한계를 넘어서는 기적과 같은 순간을 본다. 공감과 교감을 보고 소통을 본다. 원시적 감성과 냉철한 이성을 본다. 우리가 스포츠에서 보는 것은 인간이다. 우리가 스포츠에서 위대한 인간을 보건, 갑질러와 진상 골프대디들을 보건, 결국에 보는 것은 인간인 것이다.

나는 골프가 훌륭한 인간을 만들기에 멋진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비록 이승민 선수의 아버지가 워싱턴 주미대사관을 거쳐 현재는 요코하마 일본 총영사를 지내고 있는 이명렬씨고, 이로 인해 가족의 무리없는 경제적 지원을 이승민 선수가 받을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승민 선수가 어느정도 금수저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부분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금수저라고 다 똑같은 인간인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이승민 선수를 보고 느끼는 감동은 정유라에게선 받을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그리고 이승민 선수로 인해 제2, 제3의 이승민이 나온다면. 그리고 골프협회도 적극적으로 이에 지원하고 나선다면. 나중에는 저소득층 가정에서도 제2의 이승민이 나올 수 있다면. 만일 그럴 수만 있다면 골프라는 스포츠의 존재가치 증명은 끝난거나 마찬가지 아닐까. 우리는 골프의 존재 이유를 고민할 필요 없이 위대한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골퍼들의 이야기와, 실제 사례를 담담히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