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 정말 왜 이렇게 맛있는 걸까?
나는 자취를 시작 한지 벌써 10년이 되었지만 아직 요리를 전혀 하지 못한다. 아니 못한다기보다 하려고 한 적이 없었으니 할 줄 아는 게 없다. 그런 나에게 몇몇 생명과 같은 음식들이 있다. 오래 둬도 괜찮고 적게 있어도 밥이랑 균형이 잘 맞는 젓갈류라던가, 매일 아침을 책임지는 토스트에 발라먹을 잼이라던가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런 류의 음식 중에 무엇이 제일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단연, 결코, 완벽히, ‘김’이다!
자취 십년차 놈팽이로서 말하자면 정말 김은 나의 구원자와 같다. 아무리 차린 게 없어도 그저 바삭하고 짭짤한 김만 있다면 밥 한공기는 뚝딱 해치울 수 있다. 밥조차 식은 밥이든 금방 한 밥이든 상관없다. 따뜻한 밥에 김 한장 올려서 먹으면 당연히 입안에서 살살 녹으며 어우러지는 게 제맛이고, 식은 밥을 싸먹으면 그것 대로 바삭한 김이 눅눅해지지 않기 때문에 김의 질감을 최대로 살려서 먹을 수 있다. 바싹 구운 김이 입안에서 바스러지는 소리는 듣기만 해도 식욕이 돈다. 여기에 진미채볶음이나 멸치볶음을 살짝 얹어서 먹으면 어느새 바닥을 드러낸 밥공기에 주걱으로 고봉을 올리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이토록 맛있는 김은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국가가 한국, 일본, 중국 이렇게 세 나라 뿐이고 서양권에서는 미역이나 김 같은 해조류를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경우가 드물다. 정말 아까운 일이다. 하지만 먹어본 자가 안다고, 우리나라식 조미김은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맛있기로 유명하여 관광객들이 김을 잔뜩 사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잠깐 인도에서 지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인도 친구들이 선물로 김을 사다달라고 하기에 신기하면서도 ‘역시 김이야!’라고 생각한 일이 있다. 그런 걸 보면 역시 김은 누구의 입맛에나 맞을 수밖에 없는 훌륭한 식품이다.
김은 아이오딘이 풍부하게 들어있고 식물성 식품 중에는 유일하게 시아노코발아민(비타민 B12)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음식이라고 한다. 해초류이기에 당연히 섬유질과 미네랄도 함유되어 있어 웰빙 식품으로 그만이다. 다이어트 중인 사람에겐 소금이나 기름이 신경쓰일지도 모르지만 다른 반찬에 비하면 오히려 칼로리나 나트륨 함량이 훨씬 적어 실제로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래도 마음에 걸린다면 기름이나 소금을 치지 않고 그냥 여러번 바싹 구운 김을 먹는 것도 충분히 맛있다. 간을 하지 않는 김을 먹다보면 김 자체의 천연 맛도 풍미가 깊기 때문이다.
요는 어떻게 먹어도 김은 맛있다는 것이다! 손에다 김을 놓고 밥을 올려 싸먹든, 젓가락으로 밥 바로 위에 올려 떠먹든, 밥 먹고 김을 따로 넣든, 먹는 방식은 제각각일지 몰라도 한국인이라면 김 자체에 대한 호불호는 거의 없을 것이다. 잘 구운 김은 말 그대로 ‘밥도둑’이다. 입맛이 없을 때도 김을 꺼내면 두공기는 물론이요, 김 봉지도 자꾸만 새로 까게 된다. 이렇게 술술 넘어가는 김이지만 만들어지는 과정은 극도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힘든 작업이라고 한다. 먼 바다에서부터 육지로 올라와 뜨거운 태양을 머금고 여러 사람들의 노고를 거쳐 내 밥상에까지 올라온 김, 그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며 더 맛있게 더 감사하게 먹어야겠다. 앞으로도 나를 책임져 줘,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