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가면 꼭 구경 해야 할 4대 마켓이 있다. 버로우 마켓, 캠든 마켓, 브릭 레인 마켓 그리고 노팅힐의 서점으로 유명한 포토벨로 마켓. 다양한 먹거리들과 신선한 재료까지 가득한 마켓에는 사람들도 활기 넘치게 북적인다. 그곳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도, 음악을 연주해 주위를 아름답게 만드는 그 순간을 파는 사람도, 그림을 그려 파는 사람도, 다들 다양한 것들을 판매한다. 신선한 재료과 함께 활기 가득한 그곳에서 작은 영국을 만나는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에서도 이런 신선한 아이디어를 즐길 수 있는 마켓이 있다. 아이디어는 넘치지만, 그것을 추진할 돈이 없는, 그 대단함을 알아주는 메이저가 없는, 혹은 그냥 장난으로- 이렇게 사라져버리기 아까운 아이디어들을 실현시켜주는 다양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이곳이 인터넷의 재래시장이다.

생동감 넘치는 영국의 포토벨로 마켓 Portobello road market (C) Adrian Scottow in Flickr

 

아이디어 사세요, 싱싱한 아이디어!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고, 그것을 실현 가능하게 하고픈 욕구가 있다. 그리고 이 두 가지가 합쳐진다면? 당연하게도 실현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실현하기에 혼자는 너무 부족하다. 그렇기에 크라우드 펀딩이 있는 것이다.

크라우드 펀딩:crowd-sourced fundraising이란?
온라인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 문화예술활동이나 공익사업을 후원하는 후원형, 실현된 사업의 지분을 보상으로 받는 지분형, 자금을 대출해주고 이익을 받는 금융형 등이 있다. 2005년 영국에서 시작한 조파닷컴이 효시로, 2008년 미국의 인디고고가 출범하면서 ‘크라우드펀딩’이라는 용어로 일반화되었다. 미국의 킥스타터가 유명하다.
다음 백과사전 [크라우드 펀딩]  

일반적으로 텀블벅과 스토리 펀딩은 후원금을 모금하고 소량의 아이디어 상품 등을 돌려받는 것에 비해, 지분형 크라우드 펀딩은 투자자들이 벤처사업가 등 신생기업에 투자한 후 사업성과에 따라 지분이나 배당을 받는 형태다. 이들은 스타트업과 투자자들 간의 투자를 중개해주는 지분형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따로 가지게 되는데, 한국에는 16년 1월 25일 국내에 처음으로 시행되었으며 현재 16개의 중개업자 플랫폼이 있다. 대출형 크라우드 펀딩은 저금리로 중개업자에게 투자 신청을 하면, 개인 투자자들을 연결해서 돈을 빌려주는 형태다. 일종의 IT 전당포로 생각하면 쉽다.
그리고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후원형 크라우드 펀딩이다.

2009년 미국에서 시작된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로 현재 가장 크며, 유망한 아이디어들이 넘쳐나오는 킥스타터.

 

티셔츠를 팔고 남은 수익은 100% 전액 아프리카 아이들과는 일체 관련 없이 작가의 사리사욕에 쓰여집니다.

비영리 단체(非營利團體, 영어: non-profit organization, NPO)는 소유주나 주주를 위해서 자본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대신에 그 자본으로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는 단체를 말한다. 비영리조직(非營利組織), 비영리기관(非營利機關)이라고도 불린다. 흔한 예로 자선단체(慈善團體 , charitable organizations), 노조(勞組, trade unions), 그리고 공공 예술 전시를 위한 조직이다.
위키 백과사전[비영리 단체] 

이제까지의 후원은,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 단체에서 후원하는 사람들을 대신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었다. 하지만 크라우드 펀딩의 등장으로 후원의 개념이 넓어졌다. 물론 자본 없는 예술은 없다고, 자본이 부족한 예술가들은 도움이 필요한 약자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팬임을 자처한 우리는 아직 보이지 않는 그들의 가능성에 기대하며 후원을 하는 것이다. 그들은 비영리 단체와 달리, 우리의 후원금의 약소한 수익을 얻는다 하더라도 누구 하나 화내지 않는다. 심지어 어느 솔직한 크리에이터는 위와 같은 문구를 걸고 후원을 받아도 다들 그의 위트를 칭찬할 뿐이다.

 

만화를 그리는 괴짜들의 천국, 디시인사이드 카툰-연재 갤러리의 카광의 혼밥 티셔츠
괴랄한 그림과 작가曰 누구나 혼자서 밥을 먹을 수 있도록-이라는 슬로건으로 시작된 혼밥만화.
그 거대한 인기가 티셔츠까지 제작되었다.

 

상처받은 자가 치유하리라

한국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배우, 작품성도 아닌 배급사와 영화관의 유착 관계이다. 영화관을 운영하는 기업에서 배급사까지 가지게 되며, 스크린 점령이 빈번하게- 당연하게 일어나며, 이제 더는 천만 관객 영화는 그 빛을 발하지 못한다. 이런 문제가 야기되면서 스크린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나마 확고한 영역으로 자리를 잡아가던 소규모 영화관의 인디영화조차 대규모 영화관의 짭짤한 수입이 되어버렸다. 기업 영화관의 문제는 다양성의 일방적인 배타가 가장 큰 문제점이다. 윗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그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영화는 배척된다.

 

자백 Spy Nation의 티져 영상 캡쳐
스토리 펀딩으로 진행된 자백은 단일 스토리 펀딩 최초 4억이라는 금액을 모으는 화재작임에도, 대형 영화관 스크린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 영화 전문 펀딩 사이트로는 펀딩 21, 이곳에서 마감된 펀딩만해도 60여 개가 넘으며 알려진 영화로는 마트의 부당해고에 관한 영화 <카트 Cart 2014>가 있다. 비슷한 영화로 누적 관객 수 497,994명을 모은 <또 하나의 약속 Another Family 2013>도 100%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된 영화다. 이처럼, 크라우드 펀딩으로 극장 상영을 할 수 있었던 <자백 Spy Nation 2016>, <귀향 2015>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던 곳에 초점을 맞추고 소리를 높인다. 그리고 군중이 모여든다.

 

웹툰 그거 완전 무료 아니냐?

포털 사이트에 연재되는 웹툰은 기본적으로 무상 제공된다. 하지만 웹툰의 인기와 함께, 포털이 돈을 벌려는 목적도 있지만- 작가에게 올바른 수익 분배를 위해, 또는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유료로 전환이 된다. 웹툰 = 무료라는 인식이 강했던 독자들은 분노하며 악성 댓글을 달기 시작한다. 이전과 달리 만화 작가가 되기 쉬워진 인터넷 세대에, 포털에서 감당할 수 있는 작가의 수가 한정되었고, 좋은 작품은 넘치게 되었다. 이 두 현상을 보완하여 아예 처음부터 유료 플랫폼으로 웹툰을 제공하는 사이트가 생기고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그림은 못 그리지만 알아주는 이야기꾼 마사토끼는 이런 형태에 착안하여 자신의 만화 한 회에 해당하는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한다. 자본은 없지만- 그는 유명해서 자본이 부족하지도 않았을 텐데? 작품력이 있고 전략이 좋은 마사토끼의 전략은 아래와 같다.

 

“내 만화가 보고 싶어? 그럼 돈 내든가.”

 

유캔펀딩에서부터 유캔스타트까지 이어간 마사토끼의 맨 인더 윈도우 펀딩 페이지
모든 프로젝트를 목표금액 이상 모아들이며 웹툰의 새로운 개척을 해냈다.

 

포털이나 정상적 웹툰의 포멧에 들어갈 때면 항상 그림작가를 따로 붙여 작업하던 그가, 자신의 연습장 그림에는 매회 목표 금액 15만 원을 후원받아 연재를 시작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연재 37회차까지 모두 성공하는 기염을 토했다.
공짜였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의 유료화. 손해를 보는 일임에도 분명 결제하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수는 많다. 그리고 이 시장이 굳건히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팬덤 현상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전까지 이상하게 여겨져 왔을지도 모르는 치부를 당당하게 예술로 승화시키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스스로 팬, 오타쿠를 자처하는 사람들. 작가들의 이런 현상은 스스로 자신이 몸담은 분야를 애정으로 굳건히 다져가고 자신의 인기를 직접 확인하며, 독자들은 다양한 문화를 즐기며, 자신들의 상상을 대리만족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문화 산업이 커지면서 다행스럽게도 그 다양성이 존중받고 있다. 어떤 사람의 마우스로 쭉쭉 그린 만화도 책으로 나오며 작가 소리를 듣고, 어떤 사람의 배척될뻔한 아이디어도 실현화되어 세상에 나온다. 그들은 자신들의 도전에 의의를 두며, 그들의 도전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매주 들어가는 텀블벅의 사이트는 매번 다른 아이디어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문화 산업이 커지면서 다행스럽게도 그 다양성이 존중받고 있다. 어떤 사람의 마우스로 쭉쭉 그린 만화도 책으로 나오며 작가 소리를 듣고, 어떤 사람의 배척될뻔한 아이디어도 실현화되어 세상에 나온다. 그들은 자신들의 도전에 의의를 두며, 그들의 도전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매주 들어가는 텀블벅의 사이트는 매번 다른 아이디어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사람들은 물질이 아닌 가치, 혹은 그 이상을 소비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 토렌트와 P2P의 혼란기를 겪고 문화를 소비하는 가치를 깨닫게되는 것이다.

어떤 겉모습을 가지고 있다한들 사람들은 그것의 본질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예술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다양하게 표현된다. 획일화되어있던 예술의 시장에 새로운 뒤샹들이 탄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