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변화해야 하는가

타이거 우즈의 일화를 저번에 소개했지만, 아무래도 그건 정말로 음주가 아닌 약물 과다 복용이었나 보다. 타이거 우즈는 허리수술 이후 극심한 통증에 못이겨 약물 4종을 처방받았는데 그중에 하나가 이번 미국 언론에서 주목하고 있는 ‘바이코딘’ 이다. 우리에겐 미드 ‘닥터 하우스’를 통해서 잘 알려진 약물로, 통증을 줄여주는데 효과적이지만 중독성이 아주 강한 약물 중 하나다.

이 ‘바이코딘’은 미국 스포츠 산업 내에서는 꽤 유명한 약물인가보다. 프로레슬러 제프 하디 역시 이 바이코딘 중독이었고, NBA 골든 스테이트의 감독 스티브 커는 ‘어느곳에서나 운동선수에게 바이코딘을 마치 비타민 C 처럼 처방한다.’ 고 이야기했다.

주로 허리통증에 유용하다는데 우즈의 경우 허리 수술을 받았을 정도니 아마 문제는 예견된 게 아니었을까. 골프의 경우 특유의 코어 뒤틀림을 사용하는 동작 때문에 허리 부상의 빈도가 아주 높다. 아마 바이코딘 뿐만이 아니라 체력 및 근육 증대를 위한 금지약물이나 스테로이드도 암암리에 사용될지도 모른다. 몸을 사용하는 스포츠에서 체력이나 근력의 문제는 거의 절대적이라 할 만하니 말이다.

다른 기사에서는 조금은 다르지만 주목할 만한 이야기가 소개됐다. 골프월간지 <골프 다이제스트> 는 PGA 투어에서 그린에서 볼마크를 살짝 옮기는 등 속임수를 쓰는 선수들이 20여명 정도 있다고 주장했다. 볼마크를 대충대충하거나 정확한 자리에 내려놓지 않고 5~7cm 를 옮기는 선수가 꽤 많다는 건데, 이는 의도적 반칙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1인치씩 반칙을 해가면서 홀에 조금씩 다가가는 이런 플레이어들을 벌레에 비유해(이런 정서는 참 어딜가나 비슷한 듯 하다) ‘인치 웜’ 이라고까지 부른단다.

신사의 스포츠라는 골프에 이런 이면이 있는 것이 참 재미있으면서 괴롭지 않은가. 혹자는 골프를 ‘자기 자신에게 무척 화가 많이 나는 스포츠’ 라고 했다. 심판이 없는 정직의 스포츠, 매너와 에티켓 그리고 불굴의 정신으로 무장한 진정한 신사들의 스포츠. 라고 하기엔 사실 그 ‘자기 자신과의 싸움’ 이란 참 힘든 것 아니겠는가. 그걸 이겨낸 선수들이야 정말 멋있는 선수들이고 그러기에 골프에 매력을 느끼지만 사실 그런 사람이 어디 발에 채이듯 많겠는가.

골프는 2024년까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유지가 되는 것이 확정됐다. 야구가 퇴출되고 소프트볼이랑 통합하면서까지 다시 정식종목으로 유지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에 비하면, 골프는 그것을 즐기는 인구나 그것을 관람하는 팬들의 수에 비해 참 안전하게 올림픽의 사정거리 안에서 유지되는 중이다.

골프의 본질이 무엇이건간에 골프는 확실히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뭔가 파격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는 많이 없는 편이다. 예를 들면 인치 웜 사태의 경우는 정말 간단하다. 심판이라는 게 공식적으로 생기면 그만인 것이다. 골프의 규정이 지난 세월동안 수업이 많이 바뀌어왔다고는 하지만, 과연 그게 일반 대중들도 한번에 알고 이해했을 정도로 극적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축구는 오프사이드 룰의 개정 때문에 아예 스포츠의 성격 자체가 바뀌었다. 치고 달리고 럭비나 미식축구(그 스포츠가 작전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처럼 피지컬이 절대적이었던 스포츠에서, 오프사이드를 깨기 위한 수많은 전술적 수싸움의 예술로 진화한 것이다. 반칙의 규정도 엄격해져서 이제는 선수생명을 위협하는 태클이나 반칙은 즉각적인 조치가 들어간다. 과거 마라도나 시대의 경기 영상을 보면 이게 축군지 격투긴지 분간이 안 갈 정도의 수준에서 많이 발전한 것이다.

골프 뉴스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게 미녀 골퍼 외모 논란이나 선수 아버지의 갑질, 혹은 한국 오픈의 파행적 운영 등이 아니었으면 한다. 순수하게 스포츠적인 이야기거리가 생기고 대중적으로 즐기는 팬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2024년까지 올림픽에서 유지될 골프를, 나도 언젠가는 순수하게 재미있게 스포츠 팬으로서 즐기며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