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하고 정성스러운 자연의 선물
나는 꿀이라는 음식이 감동스럽다. 유난스럽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정말이다. 아마 꿀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채취하는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봤기 때문인듯하다. 아직 콘크리트와 아파트로 덮히기 이전, 우리 집 뒤편엔 낮은 산이랄까 혹은 언덕이랄까, 그런 공간이 있었다. 그곳은 낮아서 특별히 오르고 파고들고 쏘다닐 구석은 없었지만, 대신 나무로 빽빽하고 울창했다. 그리고 그 나무는 대부분 아카시아 나무였다.
그래서 난 언제나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라는 가사를 누구보다 실감나게 부를 수 있었다. 아카시아 꽃이 필 무렵의 냄새는 지금도 내 어딘가에 가득하다. 그만큼 강렬했다. 홀리듯이 이끌려 아카시아 나무 주변을 맴돌았다. 나와 친구들은 감히 그 나무를 꺾는다던가 꽃을 딴다던가 하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아카시아는 압도적이고 아름다웠다. 모든 면에서 그랬다. 그리고 다가갈 수 없었던 또다른 이유는 그 주위로 벌이 정말 많았기 때문이다.
벌과 나비가 언제나 아카시아 나무로 몰려들어 쉴새없이 꽃과 잎의 사이로 날아다녔다. 그래서 벌집도 많았고, 상업적으로는 아니라도 집에서 개인적으로 꿀을 얻기위해 작게 양봉하는 사람이 더러 있었다. 어느날 꿀이 꽉 찬 벌집을 채취하는 과정을 목격했다. 뭔가 굉장한 장면이었다. 벌들이 말그대로 ‘벌떼같이’ 웅성대는 사이로 뚝뚝 떨어질 듯 가득 채워진 꿀이 보였다. 벌이 저걸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고 마법처럼 신비로웠다.
그 후로 틈만 나면 살짝 떨어진 곳에서 벌집을 지켜보았다. 벌 하나하나는 너무나 조그마한데, 그 작은 녀석들이 그토록 많이 꽃과 집 사이를 오가면서 그 곳에 빛의 실을 자아내듯 무언가를 조금씩 만들어내는 것이다. 저렇게 작은 방울이, 혹은 가느다란 실이 얼마나 많이 모여야, 얼마나 많은 벌들이 꽃을 머금어야 그만한 꿀을 얻게 되는 건지 생각하면 어딘지 먹먹하고 황송해졌다. 내가 아무렇게나 찍어 먹은 꿀에 내가 헤아릴 수 없는 크기마다의 섬세한 정성이 들어 있었던 거니까.
벌이 아예 제작과정에 포함되지 않은 가짜 꿀은 모르겠지만, 진짜 꿀은 결코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대량생산할 수가 없다. 벌은 기계와 달리 살아있는 생물이고 생명이 있고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짜 꿀은 그 각각의 벌들이 직접 오가면서 만들어 내야만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토종꿀을 매우 섬세하고 귀중한 음식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진짜 꿀’에는 정말로 그런 가치가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 뛰어난 기능성이야, 모르는 사람이 더 적을 것이다. 항상화 기능이 너무도 탁월해서 꿀은 오래 두어도 썩지도 않는단다.  맛있는 주제에 건강은 물론 피부 미용에도 좋다고 하니 어쩐지 반칙 같지만, 꿀은 논리를 떠나 왠지 그럴만하다. 내가 느끼는 꿀은 마치 자연의 선물 같은 음식이니까! 그러니까 결론은 이거다. 꿀은 여하튼 다 좋다,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