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과 골프

난 골알못이다. 그래서 이 칼럼 제목도 골알못의 골프단상이다. 난 이전에도 골프를 쳐본 적이 없고 이후에도 골프를 쳐볼 일이 없을 것 같다. 골프 페이지 들어와서 골프 칼럼 보는 분들은 뭐 이딴 놈이 다있을까 불쾌할 수도 있으시겠지만 이게 사실이다. 이건 솔직한 칼럼이다.

근데 제목은 또 왜 연극과 골프일까. 내 직업이 연극이기 때문이다. 내 주전공이 연극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느낀 연극과 골프의 공통점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지금 대한민국 연극계의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일단 아무 생각이 안 들 것이다. 살면서 연극을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사람이 이 대한민국에 과연 몇이나 있을까? 근데 연극계의 문제는 뭔 문제? 사실 이게 제일 큰 문제다.

단어를 하나만 바꿔보면 어떨까?

지금 대한민국 골프계의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이 질문에 흔쾌히 대답할 수 있는 분들은 아마 이 페이지에 꽤 있을수도 있다. 골프를 보통 치거나 관심이 있는 분일 테니까. 하지만 이 질문을 길거리에 가서 일반인들에게 말했을 때는 어떤 반응이 나올까?

일단 아무 생각이 안 들 것이다. 살면서 골프를 한 번이라도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 이 대한민국에 과연 몇이나 있을까? 근데 골프계의 문제는 뭔 문제? 사실 이게 제일 큰 문제다.

물론 한국에 골프를 즐기는 인구는 꽤 많다. 하지만 그건 골프인들의 입장에서고, 절대다수의 일반인들에게 골프를 즐기러 필드에 나간다는 것은 여전히 부담스럽거나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일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한국 연극계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 문제에 대한 안일함이다. 연극인들은 비연극인들이 연극을 접하러 오는 진입장벽이 ‘너무 높고 크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아니 아예 이 진입장벽에 대해 무지하고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연극이란 것이 ‘일반인’들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그들은 모른다. 그래서 연극인들은 ‘일반인’들에게 표를 팔고 마케팅을 하는 업무에서조차 너무나도 서툴다. 사실 한국 연극계가 너무 상업화되었니 뭐니 자체적인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나는 열불이 터질 것 같다. ‘문제는 그게 아니라고 이 틀딱들아!’ 라고 면전에다 소리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세상에 ‘현재 상연중인 연극에 대한 정보’ 조차도 제대로 일목 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사이트 하나 없고, ‘대학로에서 하는 모든 연극 표를 예매할 수 있도록 정리된 사이트’ 조차 없으며, ‘핸드폰 터치 한 번, 혹은 네이버 페이 같은 간편한 결제 수단’ 조차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연극 공연을 연극인이 아닌 일반인이 예매하려면 너무나도 높은 수준의 문턱들이 즐비하다.

저번달에 공연을 하나 예매하려고 했는데 일단 공연 예매를 위해서 인터파크에 들어갔더니 그 공연은 리스트에 존재하지를 않았다.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축제 시즌에 올라가는 공연이기 때문에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공연을 예매해야 했다.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는 이번에는 회원가입을 반드시 해야 했고, 회원가입을 했더니 이번엔 무통장 입금이 안돼서 신용카드를 통해 굳이 또 액티브 X를 깔고 하는 과정을 요구했다. 내가 소리를 지르면서 마우스를 모니터에 던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런 데도 연극이 ‘상업화’ 되었다고 하는 사람들은 ‘상업화’ 라는 단어가 어떤 뜻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다.

골프의 경우는 어떠한가. 내가 가지고 있는 골프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억은 중학생 때이다. 학교 특별활동 시간에 골프부 활동이 있었는데, 담임 선생님이 설명을 하다가 마지막에 이야기했다. “골프부 활동은 알지? 아무나 들어오는 거 아니다. 거기 너, 그래 너만 들어와.” 담임 선생님이 지목한 ‘거기 너’ 는 아버지가 프로골퍼였고, 본인도 골퍼를 지망하는 반 친구였다.

내가 느끼는 골프에 대한 거리감은 리스트에도 없고,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회원 가입을 요구하고, 회원 가입했더니 무통장 입금도 안 받아서 신용카드를 만들고 액티브 X 설치까지 요구하는 수준에 준한다. 난 그래서 여전히 앞으로도 내가 골프를 치기 위해 필드에 나갈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 생각이 언젠가 바뀔수는 있겠지만 글쎄 당분간은 없지 않을까 싶다.

연극하는 친구들끼리 쓰는 은어로 ‘딸딸이’ 라는 말이 있다. 관객이 뭘 보고 싶어하는지는 생각하지도 않고, 관객 반응이 어땠는지, 관객이 연극을 보고 뭘 얻어가는지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냥 자기들끼리 공연하면 기쁘고 즐거워하고, 끝나면 끝났다고 수고했다고 자화자찬하고 술먹으러 가는 사람들. 그건 연극이 아니라 ‘딸딸이’다. 연극인들만이 연극을 하고, 연극인들만이 연극을 보러오는 연극판도 나는 거대한 ‘딸딸이’의 현장이라고 생각한다.

골프의 대중화? 골프가 지금 대중화되어있다고 생각하는가? 글쎄. 뭐 나만 이렇게 생각하고 나빼고 다 골프를 즐기는 게 아니라면, 대중화보다는 아직 더 ‘딸딸이’에 가깝지 않을까. 진정한 골프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그리고 대중화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골프인들이 더 고민하고 신경써 볼 문제다. 최소한 연극에서는 그게 아주 큰 문제니까. 심각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