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잘 하는 대로

야구를 볼 때마다 감탄하는 게 있다. 야구는 확실히 돈이 몰리는 판이고 방송사에 이목이 집중되다보니 일단 ‘중계기술’ 자체가 방송사마다 경쟁적으로 발전했다. 내가 알기로는 메이저리그보다도 일본프로야구보다도 더 많은 카메라를 투입하는 게 한국 프로야구 한 경기다. 사실 어느정도 리그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걸 아는 상태에서는 카메라 대수보다 야구 실력을 좀더 올렸으면 하지만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이 ‘중계기술’이 개떡같은 야구실력도 ‘보는 맛’이 나게 탈바꿈을 시키는 것이다. 한국 프로축구나 다른 스포츠 종목들은 정말 야구의 중계기술들과 마케팅을 배워야 한다. (물론 일단 자본과 이목이 집중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시도를 한다는 건 힘든 일이겠지만.)

어느 정도로 이 중계기술이 발전했는지 보다가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던 적이 있다. 카메라가 투수 뒤부터 타자 시점, 심판 시점, 하늘에서 홈플레이트를 내려다보는 시점, 심지어는 요새는 매트릭스처럼 카메라 여러대를 원형으로 놓고 스윙궤적을 따라 카메라가 같이 따라 돌기까지 한다. 거기다 광고도 기가막히게 끼워넣어서 타자가 헛스윙하는 리플레이 영상에 광고속 캐릭터가 공을 던지고 포즈를 잡는 영상까지 봤다. 아마 이 기억이 벌써 1년전이니까 요새 중계방송에선 더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시도되고 있을 것이다.

최근에 한국 프로골프 협회가 홍보용으로 제작한듯한 선수소개 웹툰 하나를 봤다. 허인회 프로에 대한 이야기를 ‘웹툰’으로 만든 것은 좋았는데 집중도나 화제성면에서는 참 별로였다. 일단 댓글이 전부 합쳐서 34개였다. 거기다가 굳이 또 컨텐츠를 융합하겠다고 ‘웹툰’으로 만든 것도 별로였고, 웹툰으로 만들었으면 이걸 네이버 웹툰란에 특별 서비스 형식으로 실어야지 신문 기사처럼 엮어서 냈기에 이걸 누가 보라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또 얼마전에는 ‘아, 내가 아무리 골알못이라서 할소리 못할소리 다한다지만 그래도 골프 하이라이트는 좀 보고 헛소리를 해야겠다’ 싶어서 골프 하이라이트 영상을 몇 개 봤다. 카메라 워크가 참 심심한게 IMF 시절 박세리 중계보다 사우나에서 자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근데 딱 하나 ‘와’ 싶었던 앵글이 있었는데 아마 드론을 띄워서 하늘에서 촬영한 듯 했다. 굉장히 장거리 스윙을 시도해서 정확히 그린에 떨어진 샷이었는데, 그게 뒤에서 스윙하는 앵글로 잡은 화면에선 더할 나위없이 심심하다가 항공샷으로 보니 차원이 달랐다. 아, 저 샷이 정말로 어려운 샷이었구나, 길이가 말도 못하게 길고, 지금 떨어뜨린 그린이 진짜 좁기도 엄청 좁고, 저 샷 자체의 정확도가 일반인은 흉내도 못내겠구나, 가 바로 감이 왔다. 환호하는 갤러리들이 난 그전까지는 샷이 멋있어서인 줄 알았는데, 바로 옆에서 저 먼 거리에 정확히 공을 올려다놓는 걸 보면 감탄이 자동으로 나오겠구나 싶었다.

문제는 티비로는 여전히 심심하다는 거였다. 골프는 전통적으로 자본이라는 면에서는 굶주려 본 적이 없는 듯하다. ‘이목’ 과 ‘중계 경쟁’ 역시 없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골프 중계가 야구중계에서 배워올 것이 나는 아주 많다고 생각한다. 수없이 많은 카메라를 동원해서 클로즈업, 골반과 척추의 회전, 전체 풀 샷, 초고속 카메라로 스윙의 궤적을 추적하고, 원으로 배치한 카메라들이 티샷의 궤적을 따라가면서 돌아가고, 다양한 광고 영상들은 그 수 많은 영상 소스들 위에 얹혀가는. 그리고 발달한 3D 영상 기술로 방금 친 샷이 얼마나 ‘대단한’ 샷인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설명할 수 있는.

야구가 세계적 수준에 비해서 실력은 떨어져도 인기가 높은 건 여전히 중계방송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중계방송은 보는 재미를 크게 높였고, 중요 경기들에서는 시청률을 최대한으로 확보하는 효과도 발생시켰다. 한국이 미국이나 일본보다도 더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중계방송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게 재밌는 부분이다. 골프도 역시 그 방식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뭐 높으신분들이 굳이 티비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으신다면야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