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10만원 중반 정도의 가격이면 NI**이나 ADI*** 같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에서 웬만한 운동화를 다 살 수 있었다. 당시의 물가, 수요와 공급 사이 보이지 않는 손, 암묵적인 가격 형성 등의 이유로 20만원 이상의 운동화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신발이 한 켤레에 20만원이라고? 그걸 누가 사냐고..

하지만 가격이라는 것이 한 번 올리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구렁이 담 넘어가듯 20만원대를 한 번 넘고 나니, 조금 좋다 싶으면 10만원 후반대의 가격이 형성되어버렸다. 그래도 나름 운동화에 관심도 많고, 학창시절 NI** 브랜드의 팬이었던 입장에서 운동화에 가성비를 따지지 않았는데, 요즘은 정말 해도 너무하다 싶다. 앞서 언급한 브랜드의 최고가 신발을 보면 보통 26만원~29만원 정도인데, 조만간 30만원대를 돌파하는 건 아닐까. 구렁이 담 넘어가듯, 20만원을 돌파했던 그 어느 때처럼.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어떤 신발은 28만원에 발매되어서, 리셀 될 때는 100만원을 호가한다는 점이다. 리셀이란 말 그대로 구매자가 재판매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보통은 중고 제품을 헐값에 파는 것이지만, 어떤 경우엔 새 제품을 3배, 4배 부풀려서 팔기도 한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그런 터무니없는 공급 가격에 상응하는 수요가 늘 존재한다는 것.

이런 폭리가 가능한 시장의 기저에는 몇 가지 요소들이 절묘하게 협동하고 있다. 우선 브랜드에선 해당 제품을 소량만 제작, 판매한다. 발매되는 요일과 시간을 미리 흘려서 소비자들을 자극하지만, 결국 구매에 성공하는 것 역시 소수의 소비자다. 심지어 ADI*** 의 대표 ‘리셀 폭리 운동화’ 인 이지 부스트 시리즈는 해당 브랜드의 회원들 중 추첨을 통해 1인 1켤레만 구입할 수 있다. 내가 내 돈 주고 산다고 해도, 돈만으로는 살 수 없는 신발이란 얘기다.

어렵게 신발을 구입한 최초 구매자들은, 자신들의 노고와 한정판이나 다름없는 소량의 운동화 수에 따라 일종의 독과점적 지위를 얻는다. 그 중 누군가가 가격 형성을 시도한다. 100만원! ‘에이, 아무리 그래도 너무했다. 28만원짜리 신발을 100만원에 팔면 누가 사겠어..’ 그런데 그걸 사겠다는 소비자가 등장한다. 호구라고 불러야 할지, 열정적인 콜렉터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 이후로 이 운동화의 리셀 가격은 100만원 내외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그럼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 하나. 리셀을 하는 리셀러들은 폭리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얻고, 100만원을 주고 운동화를 산 2차 구매자들은 만족감과 운동화를 얻었다지만 도대체 해당 브랜드들은 왜 이런 일을 감행하는 걸까. 그렇게나 인기 많은 신발이라면 조금 더 많은 물량을 푸는 게 이득이지 않나? 리셀러들과 뒷거래를 하는 것도 아닐 텐데.

사실 브랜드들이 얻는 이득과 파생효과는 리셀러들이 얻는 몇 십만 원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하다. 우선, 자신들의 운동화 제품 중 프리미엄 라인을 구축할 수 있다. 자, 이제부터 이 라인, 이 제품은 일단 28만원부터입니다, 선언하는 것이다. 아니, 자기들 입이 아닌, 소비자들의 열광적인 구매와 리셀을 통해 선언된다고 봐야겠지. 두 번째, 해당 제품의 가격이 브랜드 운동화 전체 가격을 상향조정한다. 만 원씩, 2만 원씩, 그러다가 곧 30만원이 넘는 운동화가 심심찮게 팔리는 날이 오고 마는 것이다. 세 번째, 프리미엄 운동화의 보급형 제품들을 대량 생산하고 이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취한다. 아무나 살 수 없는 프리미엄 운동화이지만, 누구나 그 운동화를 신고 싶어 한다. 그래서 아쉬운 대로 디자인이 유사한 보급형 제품들을 내놓는다. 보급형이라곤 해도 10만원을 훌쩍 넘는, 결코 저렴하지 않는 가격이다. 그러니까, 브랜드 입장에선 프리미엄 운동화 수백 켤레는 그 자체로 이득이 된다기보다는 상징적이고 파생적인, 엄청난 이득을 가져다주는 셈이다.

그럼, 그 운동화는 정말 그만한 값을 하지 못하는 걸까. 다만 이러저러한 주변 요소들과 수요 공급 원리에 따라 몸값이 부풀려진 걸까. 수치로 나타낼 수 없는 기술의 발전을 고려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할 수도 있겠다. 지금은 대중화된 운동화 갑피의 니트 소재는 NI**와 ADI*** 사가 처음 시도했던 것이다. NI** 사의 에어 쿠셔닝 기술은 운동화 제작의 혁신이었다. 그런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과정에서 투입된 투자금액과, 상징적인 가치를 따진다면, 그래 뭐, 가격을 올릴 수는 있는 법이다. 다만, 실질적으로 운동화 한 켤레를 제작하는 데 드는 금액 자체가 운동화 가격의 상승분만큼 늘어났는가 하는 점에서는 의문스러울 수밖에 없다.

브랜드의 프리미엄 마케팅, 최초 구매자들의 폭리 리셀, 그에 상응하는 수요자. 삼박자가 딱딱 맞아 떨어지면서 보기 힘든 소수만을 위한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다수의 수요 공급 원리에 따라 이미테이션, 가품 제품 시장을 활성화시킨다. 진품과 거의 구분이 불가능한 수준의 가품은 원래 진품의 발매가에 버금가는 금액을 형성하게 되는, 또 다른 기현상을 만들어 낸다. 여러모로 머리 아픈 상황이다. 어떤 사람은 100만원 주고 진품을 사서 진열장에 모셔놓고, 다시 20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가품을 사서 신고 다닌다고 한다. 이거야 말로 신발을 신는 것이 아니라 신발을 모시는 격이다.

100만원짜리 리셀 운동화의 실제는, 여느 운동화와 크게 다르지 않은, 다만 조금 더 세련된, 혹은 유명인이 신었던, 그리고 소량만 발매되는, 그런 운동화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운동화를 100만원으로 만드는 허상들이 위에 언급한 것들이다. 운동화의 본질은 편안한 착화감과 내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다. 만약 그런 운동화의 본질을 구매하기 위해 100만원을 들여야 하는 사회라면, 그건 어딘가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다. 운동화의 본질은 몇 만원으로 충분히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 아, 물론 운동화를 단순한 운동화가 아닌 하나의 ‘문화’ 나 ‘소장품’ 으로 본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그런 이들 때문에 대다수의 평범한, 단지 운동화가 필요한 이들까지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면 억울한 일이다. 이러나, 저러나 NI** 나 ADI*** 사만 기분 좋을 일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