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 깊이를 더하다.
이른바 ‘슈퍼푸드’라고 불릴 정도로 몸에 좋은 블루베리는, 이제는 특별히 생소한 과일이 아니다. 사과나 바나나처럼 생활에서 자주 생으로 먹지는 않더라도 블루베리 요거튼, 블루베리 주스 등 첨가 식품으로써는 어느정도 친숙하게 자리잡았기 때문에 언제라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과일이 되었다. 하지만 실은 이 블루베리를 키우는 과정은 그리 쉽지가 않다.
블루베리는 수염 같은 잔 뿌리를 갖고 있어 단단한 토양에서는 자라지 못하는데다, 토양 건조에 몹시 취약하여 항상 충분한 수분을 유지해 주어야 한다. 때문에 관수가 필요하고 산성 식품이라 토양의 pH도 관리해주어야 하며 섭씨 7.2도에서 800~1,200시간 자라야만 생육과 발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이런 점들이 일반적인 과수와는 상당히 다르고, 온도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아무 곳에서나 재배할 수 없다. 게다가 수확할 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과실이 부드럽고 쉽게 상하기 때문에 아주 섬세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한다.
이렇게 세세하게 신경써서, 정성스럽게 키워야 하는 것이 블루베리다. 물론 모든 과일을 키울 때 정성이 들어가기 마련이지만 블루베리는 그 중에서도 조금 더 손이 가는 섬세한 녀석이랄까. 하지만 그래서인지 블루베리는 ‘신의 선물’이라 불리 정도로 인간에게 이롭다. 잘 알려진 항산화기능은 물론 눈 건강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계속 나오고 있고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에도 좋다. 이 세상에 셀 수도 없는 수많은 식품이 있는데 그 중에 열 손가락에 들어 ’10대 슈퍼푸드’에 선정되었다면 이미 말은 다한 것이다.
나는 블루베리가 자라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무언가를 한가득 꾹꾹 눌러 담았다는 느낌이 든다. 꽤 오랜 시간을 자라는데도 크기는 작고, 색깔은 칠흙처럼 무척 짙다. 시간과 햇빛과 영양을 차곡차곡 채우고 담아서 마침내 성장에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그렇게 동그랗고 조그마하게 자라는가 보다. 단단하고 강하게 보이면서도 또 속내는 부드러운, 마치 현자와도 같은 인상을 준다.
블루베리의 특징 중 가장 재밌는 것은 햇빛을 충분히 받아야 하는 양지 식물이면서도 겨울을 견디는 시간을 필요로 하는 과수라는 점이다. 재미있지 않은가. 애초에 음지식물이거나 아예 추운 지역에서 자라는 것도 아니고, 평소에는 평범하게 자라는데 일정 시간 추운 날을 보내야만 비로소 제대로 무르익을 수 있다는 게 말이다.
인생에 있어 ‘추운 날’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법이다. 그렇게만 살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기왕이면 따뜻한 길로 걷고 싶다. 그러나 따뜻한 햇살, 풍부한 수분만으로 농도 짙게 익을 수 없다는 블루베리의 진리가 우리 삶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의미를 지닌다. 차가운 시간을 견뎌내며 더 깊게 더 진하게 자신의 무게를 더하는 블루베리처럼, 아마 그래서 더 이로운 존재가 되었을 블루베리처럼, 그렇게 살아야할 텐데. 마냥 달지도 시지도 않은 생 블루베리를 한 알 한 알 삼키면서 생각에 잠긴다. 이토록 담담하게 그러나 한없이 가득 찬 존재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