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사과는 금이라는 말이 있다. 음식에 얽힌 여러가지 격언이 있지만, 다른 건 몰라도 아침의 사과는 금이라는 말엔 정말 마음 깊이 동의한다. 왜냐하면 내가 직접 몸으로 체감한 말이기 때문이다.
대학시절 나는 한동안 빛도 들지 않는 작은 방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이건 소위 ‘잠만 자는 방’으로, 취사할 수 있는 시설도 없고 하숙처럼 밥을 주는 것도 아닌, 정말 문자 그대로 잠만 잘 수 있는 방이었다. 뭐, 취사 시설이 있는 지금도 밥을 잘 해먹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때 식사는 대부분 밖에서 사먹는 것으로 해결 해야 했다. 수업이 늦게 시작하는 날은 적당히 학교 근처의 식당이나 학식으로 해결할 수 있었지만 수업이 1교시에 있는 날은 이른 시간에 문을 여는 곳이 없었기 때문에 아침을 굶어야 했다.
그러다 모든 요일의 첫 수업이 1교시에 몰린 학기가 있었다. 처음엔 ‘살도 빠지고 좋겠는데?’ 했는데 이게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아침을 못먹고 점심까지 수업을 버티자니 당최 교수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도 모르겠고 복잡한 수식이 오가는데 내 머리는 돌아가지도 않고, 하얀건 스크린이요 까만 건 숫자로다 이런 경지에 이르는데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끊이질 않지, 마음엔 온통 ‘뭔가 먹고 싶다’는 마음 뿐이어서 오전 수업엔 지금 생각해도 남는 게 없다. 다이어트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이, 아침을 굶으니 오히려 먹고 싶은 것만 많아지고 점심 때 과식을 하게 되었다.
얼마간 그렇게 살다가 ‘이건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어 방법을 강구하기로 했다. 편의점에서 빵도 사먹어 보고 고열량 에너지바도 먹어봤지만 모두 첫끼로 하기엔 남은 하루의 위장이 편안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가 만난 것이 편의점에서 팔고 있는 낱개로 포장 된 ‘씻어나온 사과한알’이었다.
사과 한 개의 열량은 빵에 비해서 그렇게 크지도 않고 거의 물이라 공복감을 해결해 줄 수 없을 것 같았는데, 막상 먹어보니 정말 좋았던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 앞 편의점에 가서 사과 한 알을 사서 껍질째 으적으적 씹으며 등교하는 것이 하루의 루틴이 되었는데, 속이 전혀 더부룩하지는 않을 뿐더러 입안의 텁텁함도 없이 정말 상쾌한 느낌이었다. 천연 당으로 아침을 깨우니 뇌세포도 기민하게 살아나고 기분도 어쩐지 싱그러웠다.
원래 나는 소화기능이 좋지 않아 산이 강한 음식은 피하는 편인데, 아침에 먹는 것은 전혀 불편하지 않았고 오히려 남은 하루의 속을 깨끗하게 움직이도록 만든다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이것이야말로 정말 만족스러웠던 부분인데, 만성 변비였던 내가 아침에 사과 한 알을 먹게 된 후로 변비가 해결 되었다는 것! 몸의 밸런스와 흐름이 그야말로 착착 맞아 떨어지는 느낌을 생생히 감각하면서, ‘아 이래서 아침에 사과라고 하는 구나.’ 하고 깊이 깨달았었다.
어릴 때 엄마가 아침에 사과를 손수 깎아 한쪽이라도 먹고 학교가라고 쥐어주실 때는 그렇게 안 먹는다고 도망다녔었는데, 정말 어머니 말씀은 틀린 것이 하나도 없나 보다. 아침의 사과 하나를 예찬하게 된 후 어머니에게 말씀드렸더니 “그것 봐! 그러게 아침엔 사과를 먹으라니까!” 하셨다. 가볍게, 간편하게 건강한 하루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방법으로 아침의 사과 한 알은 정말 추천할만 하다. 모닝 애플, 그것은 진리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