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생각할 거야. 시장 좌판에 누워서. 나는 어쩌다 푸른 바다를 떠나서 이렇게 소금에 절여져 있을까 하고. 하지만 석회에 구워질 때쯤 그들은 생각할지도 모르지. 나는 왜 한때 그 바닷속을, 대체 뭐하러 그렇게 힘들게 헤엄쳐 다녔을까하고…”

공지영 작가의 ‘고등어’ 에 등장하는 대사다. 이 작품에서 고등어는 ‘자유’를 상징한다. 그렇게 온 바다를 헤엄쳐 다니면서 자유를 만끽한 고등어들이 이제 소금에 절여져 상처입은 영혼이 된다. 고등어는 고등어 스스로가 될 수 도 있고, 고등어 같은 우리네 삶을 은유적으로 일컫는 말일 수도 있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고등어는 총알, 고속열차만큼이나 빠르다. 그래서 고등어를 잡으려면 두 대의 배가 어군 주변으로 동그랗게 그물을 내린 다음 두 배를 나란히 놓고 그 사이로 끌어 올린다. 잡는 즉시 죽기 때문에 미리 준비한 얼음과 함께 저장하여 항구로 보낸다. 그래서 고등어만큼이나 신세 고약한 생선도 드믈다. 한때나마 바다를 마치 자신의 것인냥 돌아다니던 그들이 소금에 절여져 구덕구덕해지는 모습을 감내해야한다.

고등어 등에 새겨진 바다의 문신들은 온데간데 없어진다. 고등어들마다 무늬가 다르기 때문에 그들의 문신은 이름표와 같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그들을 나타낼 수 있는 줄무늬이자, 문신, 이름표 말이다. 그 이름표를 드러내지도 못한채, 내장을 빼낸 배를 훤히 드러내어 놓고 좌판에 늘어서 있다. 그리고 누군가의 필요나 욕구에 의해 먹힌다.

고등어를 들여다보면, 작가 공지영이 말하고 싶었던 우리의 삶이 보인다. 안쓰럽다. 삐죽삐죽 튀어나온 가시는 그나마 남아있는 고등어의 자존심일까? 아마 가시를 통해 무언가를 말하고 있진 않을까. 내가 지금은 소금에 절여져 밥상 위에 놓인 처지지만 나에게도 이런 뾰족한 가시가 있노라고.

우리는 모두 고등어다. 누구나가 가슴 속에 바다를 품고 살지만 이젠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고등어다. 바다의 기억은 점점 세상이라는 소금에 숙성되어 간다. 하지만 바다를 떠올릴 순 없지만, 새로운 형태로 다시 태어난다. 바다의 고등어와 밥상 위의 고등어는 같지만 다른 존재다. 절여지는 만큼 아프지만, 누군가에게는 즐거움이 되고 행복이 된다. 한 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눈 앞에 보이는 고등어처럼 소소한 행복의 아이템이 된다.

고등어 한 점 뜯어 먹을 때마다 그도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기억하자. 그리고 그가 다니던 바다를 떠올려 보고, 우리가 노닐 던 시간의 바다를 떠올려 보자. 그의 가시를 사랑하자. 마지막 그의 유언일지도 모른다. 내 가슴 속에 그래도 아직 여전히 남아있는 어떤 열정 같은 것처럼 말이다.


 

한때 넉넉한 바다를 익명으로 떠돌 적에

아직 그것은 등이 푸른 자유였다.

– 공지영, ‘고등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