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세계화의 한계

지난 3월 12일, 뉴욕타임즈에 불고기 광고가 실렸다. 한식 세계화 일환으로 막걸리, 김치에 이은 시리즈 광고물이었다. 광고 모델은 텍사스 레인져스의 추신수 선수였다. 광고료는 노개런티. 뜻도 좋고 의도도 좋았던 이 광고는 사실 혹평을 받았다.

한식을 알리겠다는 취지는 두말할 것도 없이 좋다. 하지만 알리는 방법이 세련되지 않거나, 광고를 바라보는 소비자가 납득하기 힘들다면 그런 광고는 오히려 역효과만 나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고기 광고를 바라보았던 대다수 미국의 시민들이 추신수와 불고기의 관련성에 의문을 품었다. 그리고 그들이 느끼기에 이 쌩뚱맞은 조합은 한식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큰 포부에 흠집을 냈다.

‘아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추신수와 불고기가 관련성이 왜 없어?’ 라고 반문한다면 지극히 동양적 사고관을 가진 사람이다.

동양적 사고와 서양적 사고는 근본부터가 다르다. 가장 좋은 예가 “원숭이 – 호랑이 – 바나나” 의 관련성 짓기 실험이다. 대부분의 동양사람들은 원숭이와 바나나를 관련짖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양인들은 원숭이와 호랑이를 관련짖는다.

무슨 차이가 있을까, 동양은 수직적이고 정서적인 사고체계를 가지고, 서양은 수평적이고 분류적인 사고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동물’ 이라는 카테고리를 더욱 중시하면서 원숭이와 호랑이를 연결시키는 사고체계를 가진 사람에게 원숭이와 바나나를 연결시켜 놨으니 그 광고가 제대로 전달될 리가 없다.

우리가 음식을 대하는 관점은 대부분 이런 식이다. 수직적이고 정서적인 접근을 주로 이용한다. 그래서 비빔밥 광고에는 드라마 대장금의 주인공을 등장시키고, 한국에 놀러 온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한국인의 ‘정’ 이라는 정서를 주입시킨다. 그리고 그 ‘정’이라는 정서에 기초한 음식문화를 알려주려 한다.

우리가 신경써야 할 것은 음식이 가져다 주는 정서가 아니라 맛 그 자체다. 그런데 정작 관심을 쏟아야 할 부분에 신경을 쓰기보다 정서적인 측면을 더욱 강조한다. 이런 문제는 우리나라 음식문화 모두에서 드러나는 현상이다. 의심된다면 지금 당장 인터넷에 ‘맛집’ 이라고 검색해보길 바란다. 추천으로 뜨는 집들은 대부분 음식맛을 평가하기 보다 정서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엄마 손맛’ 이라는 정서가 가져다 주는 분위기, ‘노포’ 라는 정서가 가져다 주는 투박한 느낌, ‘세련된 인테리어’ 라는 식의 여성들이 좋아하는 정서, 이런 것들이 강조되어 있다.

이것은 우리가 음식 내지는 음식점을 바라보는 일차적인 관점이다. 거의 모든 국민들이 그렇다. 꼭 블로그가 아니더라도 어느 지인에게 식당을 추천해줄 때를 기억해보라. 그 식당의 ‘미학적’ 관점에서 추천해주는 비율이 더 많은지 아니면 ‘정서적’ 측면에 기댄 비율이 더 많은지 본인 스스로를 떠올려 보라. 아마 후자쪽이 더 많을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한식을 세계화 시키고 싶다면 이 부분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 정서와 맛을 철저하게 분리하고 우격다짐으로 연결짓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 정서에 기대 맛을 포장하는 행위는 자칫 불고기 광고와 같은 느낌을 준다. 이런 것들은 한식 세계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쌩뚱맞은 조합이 된다. 비록 너무나 냉정해 보일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국민들이 맛에 대한 기본적 인식을 정서에 기대며 욕쟁이 할머니의 욕서비스를 ‘맛’과 연결시키는 것을 그만 두기 전까지는 한식의 세계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욕쟁이 할머니의 쌍욕 서비스는 하나의 쇼맨십일 뿐이지, ‘맛’ 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