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두 돌이 지나면서부터 첫째 아이는 기침을 달고 살았다. 생김만 빼닮으면 되었지 하등 좋을 것 없는 기관지 체질까지 지아비를 본떠, 마른기침으로 기상 첫소리를 대신했다. 밤 새 꼬박 가습기를 가동했지만 방만 눅눅해질 뿐 기침은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병원을 다녀오면 좋아졌지만 그때뿐이었다. 약을 계속 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원인은 분명했다. 높은 미세먼지 수치. 답답한 것을 못 견디는 아이는 마스크만 씌우면 자지러졌고, 미세먼지는 더 이상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지라 어린이집을 쉬게 할 수도 없었다. 그저 기관지에 좋다는 것들을 해주며 나아지길 바라는 수 밖에. 대기 전체를 정화시킬 방법은 없으니까.

 

아이들에겐 약도 함부로 쓸 수 없고, 처방받은 약이라 해도 오래 먹이는 건 권장하지 않는다. 갖은 민간요법을 다 써봤다. 유자차나 생강청, 밴드를 중지에 감아 혈자리를 자극하거나 머리맡에 대파와 양파 담근 물을 두고 밤을 나거나. 모두 효과는 있었다. 하나같이 일시적이란 게 문제였지만. 진정은 되어도 차도는 없었다.

 

그러다 해 본 것이 배숙이었다. 보통 배를 반 잘라서 꿀과 생강, 대추 등을 넣고 푹 쪄내지만 나는 아이 먹기 좋게 갈아서 끓이는 방식을 택했다. 차게 식힌 배숙을 주스처럼 마시게 했다. 맛이 좋은지 꿀떡꿀떡 한 컵을 다 마셨다. 그날 밤, 아이는 기침 없이 통잠을 잤고 일어나자마자 기침 대신 아빠 소리를 내었다. 목소리가 맑았다. 아무리 좋은 걸 먹여도 기상 기침이 사라진 적은 없었는데, 놀라운 차도였다. 하루 더 배숙을 달여 먹였고 그렇게 속 썩이던 기침이 깨끗하게 떨어져 나갔다. 오랫동안 괜찮았다. 다시 기침이 시작될 때면 배숙을 먹였고 어김없이 잠잠해졌다.

 

기관지에 좋다는 음식 중에서도 배는 정말이지 비교불가의 탁월한 효과를 보여주었다. 배는 특히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먹을 수 있는 부분의 85~88 가량이 수분이다. 열 많은 사람에게 좋고, 탄수화물과 당분이 주 성분이라 기력 차리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감기, 해소, 천식 등에 효과가 있으며 가래와 기침을 없애준다. 배변과 이뇨작용을 촉진시키고 종기치료에도 도움이 될 만큼 정화 효과를 발휘한다. 해독 작용까지 있어 다른 음식으로부터 소량이나마 섭취하게 되는 독성 성분을 중화시켜 준다. 이렇다 보니 미세먼지를 빠르게 몸 밖으로 배출하고 부어오른 기관지를 가라앉혀주어 아이의 기침을 멎게 한 것 같다. 더 맘에 드는 건 아이가 먹기에는 맛이 강한 대추나 생강을 거부감 없이 함께 섭취하도록 융화시킨다는 점이다. 달콤한 주스를 마시듯, 더 달라고 청할 정도로 아이는 배숙을 맛있게 먹었다.

 

요즘은 평소에도 배를 자주 먹인다. 배 주스는 이제 우리 아이 상비 음료가 되었다. 상시로 먹이다 보니 굳이 달여 먹일 정도까지 가지 않고도 배 주스가 가진 힘만으로도 기관지 튼튼하게 잘 지내는 중이다. 덕분에 나도 배 주스를 달고 사는데 한결 몸이 가뿐해진 걸 느낀다. 기관기가 편해야 숨 쉬기 수월해지고, 숨을 잘 쉬면 신진대사가 원활해지기 때문이다.

배는 곁에 두고 자주 먹으면 정말 좋다. 요즘처럼 공기 안 좋은 시대에는 더욱 적극적 섭취를 권장한다. 배 주스는 간단하게 배의 효능을 전부 취할 수 있는 먹거리다. 여름엔 샤벳을 만들어도 상큼하고, 얼음 동동 에이드도 시원하다. 각종 요리에 첨가하여 깊은 맛을 더 할 수도 있다. 잘 갈아낸 배 주스는 매실진액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할 수 있다. 건강에 좋은 건 두 말할 나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