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 처음으로 민들레 무침을 먹어보았다. 그전까지 민들레도 먹을 수 있는 것이란 사실을 전혀 몰랐다. 시장에 민들레가 싱싱하길래 좀 무쳐보았다는 아내 말에, 머리를 긁적이며 꽃시장에 다녀왔냐고 얼토당토않은 대꾸를 던졌다. 민들레도 먹느냐는 나의 물음에 아내는 도시 촌놈 보라며 친히 한 젓갈 집어 밥그릇에 올려주었다. 처음 먹어본 민들레 무침은 내가 무척 좋아하는 종류의 맛이었다.

 

중심 맛인 쌉싸레함은 민들레 본연의 맛 일터였다. 여기 매운 기를 뺀 양파의 단 맛과 초장 양념의 새콤함이 어우러져 혀에 착 달라붙는 감칠맛이 일품이었다. 제일 나중에 넣은 듯 숨이 죽지 않은 부추의 아삭한 식감까지. 입맛 번뜩 살아난 탓에 밥 두 공기 뚝딱 해치워 버렸다.

민들레의 쌉싸름은 익숙한 듯 새로웠다. 한번 데쳐낸 덕에 독한 냄새는 아니지만, 여전히 향이 짙었다. 입에 들어가기 전에 향만으로 침샘 자극하여, 눈 앞에 숟가락 두고도 자꾸 맘이 급해졌다. 정말 맛있게 먹었다. 민들레의 꽃말처럼 오랜만에 행복한 식사였다.

 

이후, 민들레에 빠져 봄철 내내 민들레를 무쳐먹었다. 약재로 많이 애용된다는 데 사실 효능도 잘 모르고 맛나서 많이 먹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민들레를 먹기 시작한 후 늘 속 더부룩하던 것이 감쪽 같이 사라졌다. 피곤함도 덜 느껴지고 자고 일어나면 묵직하게 관자놀이를 누르던 두통도 완화되었다. 따로 먹는 약도 없었고 늘 먹던 흔한 반찬들에 새로운 것은 오직 민들레뿐이었다.

민들레에 대해 검색해보니 역시 효능 본 게 확실했다. 위를 달래주고 콜레스테롤을 낮추어 혈관을 깨끗하게 하고, 특히 간에 좋단다.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드는 건 당연했다. 홍삼 비타민제 챙겨 먹을 때보다 훨씬 가뿐했다. 조사하다 또 하나 알게 된 것이 하얀 민들레다. 우리가 익히 아는 노란 민들레는 서양 것으로 본래 하얀 민들레가 국산 토종 식물이다. 지금은 번식력 좋은 노란 민들레에 밀려 거의 자취를 감추었지만, 구할 수만 있다면 훨씬 효능이 좋다고 한다. 굉장히 많은 종류의 비타민이 함유되었고, 필수 아미노산 및 칼슘, 칼륨, 철분, 인, 마그네슘, 아연, 망간, 황 등 미네랄도 다양하고 알차게 들어있단다. 실리마린, 콜린, 루테인, 등 일일이 다 쓰기엔 너무 많은 성분들이 간과 혈액에 작용해 피로 해소를 돕는다.

내가 먹었던 것이 어떤 민들레인지 꽃을 뗀 부분만 구입해 온지라 알 수 없었지만, 만일 노란 민들레였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렇게 좋았는데 하얀 민들레를 꼭 먹어보고 싶어 졌다.

 

두 아이 아빠로서, 일과 가족 모두 소중한 내 입장에서 피로는 제1의 주적이기 때문이다. 운동도 하고, 비타민제도 먹지만 늘 피로의 찌꺼기가 남아있다. 아이들과 노는 귀한 시간에 온전히 집중 못하고 자꾸만 꾸벅꾸벅 졸게 되어 미안한 맘이 컸다. 좀 더 활발하게, 흠뻑 땀 흘리며 놀아주고 싶지만 다음 날 일할 것을 생각하면 몸을 사리게 되었다. 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서, 더 많은 일을 해내고 싶어서, 언제나 피로 해소는 내게 중요한 화두다.

결국 아내를 졸라 하얀 민들레 진액을 주문했다. 썼다. 데쳐서 무쳐먹을 때보다 훨씬 썼다. 그만큼 몸에 좋았다. 쓴 맛이야 아메리카노 투 샷 시럽 없이 즐기는 내 입맛에 막상 별 것 아니었고, 한약이라 생각하고 먹으면 그만이었다. 즙으로 마시니 복용 며칠 만에 체감 효과가 엄청났다. 아침에 약한 내가 다섯 시 알람 한 번에 일어나 책을 좀 읽고 출근할 정도였다. 악착같이 챙겨 가지고 다니면서 꾸준히 먹는 중이다. 민들레 나물도 여전히 자주 먹고, 차도 주문해서 가득 우려 놓고 물 대신 마신다. 민들레의 강인한 생명력을 그대로 이어받는 기분이다. 감히 확신하건대, 피로 해소에는 이보다 좋은 음식을 여태 만나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