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실은 정말 다재다능하다. 술이나 장아찌로도 담가 먹고 진액을 만들어 물에 희석해 먹거나 각종 요리에 활용한다. 매실진액은 거의 대부분 음식에 다 어울린다. 뭔가 맛이 부족한데 싶을 때 조금 넣으면 거의 맛의 균형이 잡힌다. 나물이나 조림에는 두 말할 것 없고, 찌개나 국을 끓일 때 약간 부으면 잡내가 싹 가신다. 고기를 재우거나, 간장에 섞어 생선살을 찍어 먹어도 어울린다. 개인적으로는 맛술 쓰는 이유를 모르겠다. 매실진액이 훨씬 낫다.

매실은 광양에서 난 것을 으뜸으로 친다. 섬진강 맑은 물 머금은 백운산 옥토에서 자란 광양 매실은 일조량 풍부한 지리적 특성 덕에 과육이 단단하고 새콤하며 향이 좋다. 그 안에서도 다압 청매실은 천혜의 보물이다. 상수도가 들어오지 않은 다압면 특성상 지하수나 계곡 물로만 키워내기 때문이다.

이런 광양 다압 청매실이 김치와 만나면 남다른 풍미를 자아낸다. 무엇보다 매실이 김치가 짓무르는 걸 방지해 오래도록 아삭하게 먹을 수 있다. 특히, 젓갈 내 폴폴 나는 비린 김치를 질색하는 사람에겐 이 광양매실 김치가 제격이다. 상큼한 샐러드 못지않은 개운함을 느낄 수 있다. 일반 냉장고에서도 김치가 잘 쉬지 않고 싱싱함이 오래간다. 식감이 워낙 좋아서 한 번 먹어본 사람은 매실 김치만 찾게 된다.

매실은 모든 김치에 다 어울리지만 갓김치와 조화는 그야말로 ‘갓 오브 갓’이다. 갓 톡 쏘는 특유의 맛 때문에 호불호 갈리는 게 갓김치지만 매실과 만나면 새콤달콤한 사이다처럼 개운하고 깔끔한 맛을 낸다. 갓 뿌리 부분 아삭한 식감도 오래 유지된다. 갓은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는 여수 돌산갓을 제일로 치는데, 여기 광양 매실까지 들어갔으니 그야말로 최고 중에 최고라 칭할만하다. 이런 조합을 맛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한 단계는 상승하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