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미켈슨의 US 오픈 불참

얼마전에 쓴 글에서 더 이상 행복하지 않은 골퍼가 나와서는 안된다고 했다. LPGA 투어를 청산하고 한국 무대로 복귀한 장하나 선수의 이야기를 보며 쓴 기사였는데, 공교롭게도 미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 필 미켈슨이 US 오픈에 불참했다. 물론 좀 된 기사지만 그 이유가 사뭇 독특해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미켈슨의 장녀 아만다가 고등학교 졸업식을 치르기 때문이었다. 미켈슨은 길게 고민하지도 않고 일정이 겹치는 것을 알자마자(비록 1라운드 경기 시간이 지연된다면 졸업식 참석 후 US 오픈 출전이 가능했기에 공식 기권 발표는 좀 늦어졌지만) 일찌감치 US 오픈 기권 의사를 밝혔다. 바람직하고 아름답다고 느꼈다. 이런 게 골프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고, 골퍼들이 모두 저런 모습만 보인다면 사람들은 좀더 골프를 하고싶어할 것이다.

쓸데없는 비교나 가정은 무의미하지만 만약 미켈슨이 딸의 졸업식을 포기하고 US 오픈에 출전해 우승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대한민국 학부모들의 롤모델이 되지 않았을까.

이 경쟁에 미친 나라에서 겪은 미친 에피소드를 하나 꼽자면 영화에 관련된 것이다. 영화 <위플래쉬>에 관련된 이야기다. 이 영화는 제목을 한글로 만들어놓은 꼬라지부터 홍보가 맘에 안든다. 마치 ‘우리가 플래쉬처럼 반짝반짝 터지는’ 듯한 아름다움으로 느껴지는 제목은 사실 Whip 채찍을 Lash 휘두른다는, 잔인한 채찍질, 윞-래시에 더 가까운 말이다. 이 영화는 제정신이 아닌 선생에게 잘못 걸리면 인간의 인생이 망가진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비록 사람을 극한까지 몰아가는 중에 생기는 미묘한 애증의 감정들과 그 감정들을 극복하고 뭔가 터져나올때의 카타르시스가 있기는 하지만 그건 사실 부차적인 것들이다. 문제는 지인중에 한 학부모가 그 영화를 보고 너무 좋았다면서 아이들을 데리고가서 한번 더 관람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다. 학부모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저정도는 해야 뭐든 성공하는거다. 니들도 잘 보고 배워.”

그 학부모의 뺨을 윞-래시 하고 싶었지만 그러느니 내 손이 더러워질까 차마 행동에 옮기진 못했다. 한국에서는 지난한 역사 때문인지 ‘멋’에 대한 기준이 좀 기형적으로 박혀있다. 내가 볼때 필 미켈슨의 행동은 정말로 ‘멋’이 있다. 그리고 그의 행동이 ‘멋’있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점점 한국에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필드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 사고들,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의 골프장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사고들, 갑질, 성추행 등등을 아마 골프의 발명자들이 봤다면 뭐라고 했을지 모르겠다. 한국은 골프 금지국이 될수도 있지 않을까. 멋있는 골퍼들이 필드를 가득 채웠으면 좋겠다. 당신의 ‘멋’있음을 응원한다. ‘멋’인줄 착각하는 이상한 행동은 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