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엔 최고인 이유가 있다
춘천하면 닭갈비, 천안하면 호두과자, 전주하면 비빔밥…. 그 지역 이름만 생각하면 바로 떠오르는 음식들, 그 음식만 생각하면 바로 떠오르는 지역들, 이렇게 반사적으로 생각날만큼 명물이 되어있는 유명한 음식들이 있죠. 너무나 익숙해서 마치 다 먹어본 느낌이고 다 알고 있는 느낌이지만, 정말로 그럴까요?
스무살에 친구와 일주일의 기차여행 ‘내일로’를 떠났습니다. 혈기왕성한 우리들의 여행 주제는 단연 ‘먹부림’이었습니다. 그래서 전국 팔도를 누비는 동안 그 지역의 제일 유명하고 소문난 음식은 꼭 한끼씩 먹고 지나가자는 게 목표였습니다. 우리의 위시리스트는 유명한 음식 중에서도 유명한 것들만 고심해서 선별한 메뉴로 채워졌고 우리의 마음도 그만큼 부풀어 있었습니다.
다른 계획은 제대로 세우지도 않고 오직 뭘 먹을지에만 신경쓴 우리의 여행은 좌충우돌이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일도 겪고, 일정이 꼬이기도 하고, 박물관에 갔더니 휴관일이지 않나, 심지어는 노숙까지 해가며 밤을 지새우기도 했습니다.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도 우리는 즐거웠고, 또 맛있는 지역 명물을 찾아내서 먹고 나면 거짓말처럼 기운이 샘솟았습니다.
가난한 학생들의 여행이었기에 지역명물 맛집 투어는 꽤나 큰 희생을 수반해야 했는데, 이를테면 하루에 완벽한 ‘한 끼’를 먹기 위해 나머지 두끼는 삼각김밥으로 때워야 하는 식이었죠. 그럼에도 만족스런 한끼를 찾고 나면 우린 ‘굶을 가치가 있었다!’며 즐거워 했어요. 아닌게 아니라, 모두 정말 맛있었거든요. 왜 이 지역이 이 음식의 원조인지 알겠다는 느낌이 들었지요.
시간이 지난 지금, 스무살의 기억도 그 음식들의 맛도 추억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어떤 것은 희미해지고 어떤 것은 갈수록 또렷해지죠. 우리의 기차여행을 성공적으로 완성시켜준 그 음식들 중 딱 하나만, 최고의 음식-최고의 지역 페어를 꼽으라고 한다면? 저는 단연 안동찜닭을 고를 것입니다.
 안동에 다다랐을 땐 우리의 여행이 막바지에 이를 무렵이었고, 수중의 돈은 거의 바닥을 드러내는 중이었습니다. 시장 골목에 들어서서 이것저것 구경하는 동안 우린 고민했죠. “여기까지 왔는데 역시 안동 찜닭 먹고 가야 하지 않아?”, “맞아. 그런데 그럼 우리 저녁 못먹을걸,”, “어쩌지.” 그렇게 돌아설까 하고 있는데 찜닭골목 사이사이마다 매콤하고 구수한 찜닭 냄새가 솔솔 풍겨왔습니다. 이건 밥을 굶더라도 먹을 수밖에 없다! 결정을 내린 우리는 잽싸게 가게로 들어갔죠.
우리의 얼굴을 파묻고도 남을 크기의 커다란 접시에 김이 뜨겁게 솟아오르는 진한 국물의 찜닭이 나왔습니다. 겨울 여행으로 얼어있던 손을 조심스럽게 뻗어 입으로 가져간 순간, 바로 우리는 깨달았습니다. ‘최고의 선택을 했도다!’ 그 달달함과 고소함과 부드러움과 깊은 맛을 대체 무어라고 표현해야 따라갈 수 있을까요. 이렇게 상상해주세요. 지금까지 여러분이 시켜먹던 찜닭 중 제일 맛있었던 기억을 입안에 떠올리고 거기다 맛있음을 세배쯤 곱해주세요. 그게 그날 우리가 먹었던 찜닭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정말이에요. 안동찜닭 현지의 맛은 미사여구도 필요없이 그야말로 최고였습니다. 지금도 침이 고이는 군요.
그 여행 후 친구랑 종종 그때의 즐거웠던 기억들을 곱씹곤 하는데 그때마다 항상 빠지지 않는 얘기가 “그때 그 안동찜닭 정말 맛있었는데.”입니다. 여행중에 먹는 건 다 맛있지, 라고 하기엔 다른 음식도 다 비슷비슷한 조건에서 먹은걸요. 그런데도 그것만 유독 생각나는 건, 정말 그 안동찜닭이 맛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어떤 음식이 유명해지면 너무 전국적으로 보편화되어 오히려 그 지역에서 그 음식을 먹고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죠. ‘서울에서 먹던 거랑 똑같네!’하는 식으로요. 하지만 전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최고엔 최고인 이유가 있다! 당신이 다른 음식에서 실망한 경험이 있다면 그것은 현지의 안동찜닭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라고요.
실은 닭은 어떻게 먹어도 맛있죠. 튀겨 먹어도 맛있고, 쪄 먹어도 맛있고, 구워먹어도 맛있고, 삶아 먹어도 맛있고…. 그런데 이런 만능 닭을 더 맛있게, 오랜 시간 축적된 노하우를 담아 만들었다면 얼마나 맛있을까. 두말하면 입아플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