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참 좋은 운동이다.

다만, 서민 운동으로 시작해서 귀족 운동으로 점철된 이 스포츠는 아직도 많은 색안경 세례를 받고 있다. 정치인들이 정치 현안을 뒤로하고 골프를 치면 신문 사회면에 대서특필 되는 건 다반사다. 그 이면에는 이러한 ‘여유’와 ‘호사’를 부릴 참이 있냐는 야유가 내포되어 있다. 나 또한 골프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부정적인 시선의 레이저를 쏘던 것을 기억한다. 물론, 골프를 시작했어도 그것이 100% 가시지는 않았다. 참 아이러니 하게도, 골프를 치면서도 가끔 치는 나와 하루가 멀다하고 치는 사람의 그것과 비교하곤 한다. 같은 골프라도 ‘여유’의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평일 골프장에서 망중한을 보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그리고 우리는 “저 사람들 참 팔자 좋다!’라고 말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그 억양은 그리 곱지 못할 것이다.  또 어떤이는 나처럼 가끔 치는 사람들을 보고도 그와 같은 말을 할 수도 있다. “지는 여유가 있어서 시작이라도 했지” 하면서 말이다. 세상 참 재밌다.

 

골프에 미치기 전과 미친 후도 정말 다르다.

한 번은 회사 선배가 느닷 없이 들고 있던 우산으로 한 구석에서 스윙 연습을 하는 것을 보았다. 웃음이 절로 나왔다. 사뭇 진지한 표정과는 달리, 손에 들려 있는 우산이 볼품 없어 보였고 엉거주춤한 다리 자세와 툭 삐져 내민 엉덩이는 슬랩스틱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슨 막대기와 비슷한 것이라도 손에 쥐어지면 나 또한 그런 충동을 느낀다는 것, 그리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그와 똑같은 몸개그를 한다는 것이다.

 

앞에 사람의 그 자세.

저렇게 치니까 공이 저렇게 나가지. 나하는 것을 잘 보시라. 스윙. 엇. 아이씨. 그 앞 사람의 자세를 고스란히 재현한다. 내가 보는 저 앞사람의 그것은, 내가 다짐한 것과 분명 달랐다. 나라면 저러지 않을 것 같다는 오만한 생각의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일 수도 있겠다. 골프는 알고 보면 절대평가다. 자신의 플레이에 오롯이 집중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다른 사람과 경쟁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시작부터 상대평가로 시작한다. 실력은 물론, 그의 규명되지 않은 구력과 옷차림, 지위까지도.

 

결심해도 자꾸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운동. 그리고 연습과 실력 외에도 서로 색안경을 쓰고 바라봐야 하는 상황. 빠져들고나면 일상과 경기의 일상이 무너지면서 어디서든 무언가를 휘두르는 부작용까지. 골프를 시작하기 전, 시작하고 난 뒤, 즐기는 시기, 그리고 구력이 상당하게 되기까지의 단계는 누구나 겪는다. 그리고 그 과정중에 일어나는 ‘상대성’의 시야는 겪어봐야 안다. 어떤 생각이 드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떤 생각들을 듣게 되는지 등. 지나고 나서 돌아보아 깨달으면 그거 참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니, 시야를 넓게 하고 마음을 크게하여 그저 골프를 재미있게 즐기자. 이 쉽고 당연한 이야기를 하려고 글이 길어졌다. 물론, 실제 이것이 그리 쉽지 않은 일이란 걸 이 글을 읽는 누구라도 잘 알것이다. 골프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