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장르를 제외하고, 많은 게임은 소위 ‘끝판왕’을 이기기 위해 애를 쓰도록 만들어졌다. 수많은 도전과 그로 인해 파생된 전략을 동원해서 마침내 끝판왕을 잠재운다. 한두 번 끝판왕을 이기고 나면 그 뒤에는 어떤 패턴이 눈에 익어 이기기가 쉬워진다. 계속 이기기만 하면 재미가 없다. 그래서 보다 어려운 난이도를 마련해 좀 더 강해진 끝판왕을 이기게 만든다. 최고 난이도 까지 클리어 해내면, 더 이상 그 게임을 즐길 이유가 사라진다. 그런데 끝판왕이 예측할 수 없던 행동들을 하기 시작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 스포츠 스타를 이야기할 때 ‘끝판왕’이라고 하면 역시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경기가 끝나갈 시점, 경기장에 <Lanzenca, Save Us>가 웅장하게 울려 퍼지면 거의 경기가 끝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 특히 KBO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던 시절 54경기에서 57이닝을 던졌는데, 단 4실점 만을 기록한 데다 KBO최초 무패 구원왕에 오르기 까지 했다.

그는 한국 프로야구 최대 세이브 기록을 갖고 있고, 일본에서도 2년 만을 뛰면서 두 시즌 모두 구원왕에 오르며 일본 마저 정리했다. 그에게 남은 건 메이저리그. 2016년 세인트루이스로 팀을 옮기며 마침내 메이저리그에서 뛰게 된 오승환은, 구원투수로 시작해 시즌 중반부터 곧장 마무리 보직을 맡았다. 붙박이 마무리 투수인 트레버 로젠탈이 부진했던 이유가 크다. 아무튼 메이저리그 입장에서 루키인 오승환이 곧장 마무리 보직을 맡은 건 그만큼 한국, 일본에서 보여준 오승환의 모습을 인정 받았다는 뜻이다.

그렇게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 오승환은, 2년 차인 이번 시즌 역시 세인트루이스의 붙박이 마무리 투수로 시작했다. 시즌 초반 약간 흔들렸으나, 다시 정상적인 폼을 회복했던 오승환이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벌써 시즌 4패 째를 떠안았고, 지난 시즌보다 더 많은 홈런을 허용하고 있다. 6월 평균 자책점도 무려 5.73으로 매우 나쁘다. 그 역시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맞는 것은 처음”이라는 말을 했을 정도다.

시즌 기록은 1승 4패 16세이브, 방어율은 3.75로 리그 최고 수준의 마무리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지난 시즌에 비해 좋지 않다. 구속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문제는 결정구로 사용하던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의 위력이 약해졌다는 데 있다. 공의 움직임도 평소에 비해 크지 않았고, 무엇보다 제구가 높게 된다는 점이다. 세인트루이스 마이크 메시니 감독 역시 이 점을 언급했다. 그리고 당분간 오승환 단독 마무리 체제에서, 다양한 투수를 마무리 자리에 기용할 예정이라 했다. 마무리 자리에서 아예 밀려난 것은 아니지만, 위기는 위기다.

그래도 7월 2일 열린 워싱턴과의 경기에 구원 등판해 2/3이닝 동안 삼진 2개를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거의 없는 오승환의 부진이 우려스럽지만, 다시금 세인트루이스의 굳건한 마무리를 되찾는 것도 금방일 것이다. 끝판왕은 끝판왕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