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가장 늦다

한국이 IT 강국이고 세계에서 가장 변화가 빠른 나라라는 이야기는 정말로 옛날 이야기다. ‘마 한국이 IT 강국 아잉교!’ 하면서 국위선양을 내세우는 사람이 있다면 390% 확률로 꼰대일 확률이 높다. 한국이 IT 강국이었던 시절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을 제외하고는 없다. 한국은 특히 IT에 한해서는 이웃나라 중국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을 정도로 후진국이다. 중국은 이미 모든 결제 수단에서 카드가 사라지고 있다. 노점상에서도 핸드폰 페이 결제를 사용한다. 한국은 이미 공인인증서 제도가 아직도 안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IT 강국이라고 부를 수가 없다. 지난번에는 연극 한번 보려고 했더니 무통장 입금도 허용이 안돼서 굳이 보안 카드까지 들춰봐야 했었다. 한국은 현재 진행형으로 후진중이다.

미국과 유럽에 이어 일본 프로 골프 투어에서도 드디어 ‘반바지’가 허용됐다는 소식이다. 유럽은 지난해부터, 미국은 올해 3월부터, 일본은 모든 대회는 아니지만 다가오는 7월부터 곧 반바지 착용이 허용된다. 그리고 한국은 아직도 모든 대회에서 ‘골프 웨어를 갖춰입어야 하며 반바지는 허용되지 않는’ 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나는 가끔 이런 상상을 한다. 만일 내가 어느 날 한국의 영화상 시상식에 참석해서 상을 받게 된다면 어떨까? (실제로 내게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 같은 건 잠시 접어두자.) 난 이런 상상을 한다. 난 가장 더럽고 거지같고 추레한 옷을 입고 참석할거다. 머리는 감지도 않고 목이 늘어난 티에 바지는 반바지나 파자마 차림에 쓰레빠를 직직 끌고 참석할거다. 굳이 내게 양복을 입어야 한다고 권유하면 무시하고 참석해서 상을 받으며 이렇게 말할 거다.

“영화상의 권위에 맞춰 완벽하게 드레스코드를 맞춰 입고 나왔습니다.”

난립하는데다가 오래되기만 됐지 아무 권위도 공정성도 형평성도 없는 서너개의 연말 영화상들을 볼 때마다 늘 했던 상상이다. 그런 영화상들이 꼭 드레스코드는 엄정하게 진행한다. 그게 영화상인지 옷자랑하는 자린지 분간이 안 갈 정도다.

찌는 듯한 찜통더위가 지속되는 가운데 굳이 반바지는 금지하는 KPGA 투어 관계자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이 진행하는 투어는 골프 투언지, 긴바지 자랑 투언지. 왜 그냥 한복에 두루마기도 입히지 그러나. 무더위에 선수들만 고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