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난 음식을 꼭 몸에 좋기 때문에 먹지는 않는다. 일단 무조건 ‘맛’이 있어야 된다. 물론 그렇다고 영양학적인 밸런스를 완전히 무시하고 먹는 건 아니다. 사람이 조금만 생각을 하고 살면 자기가 어제 오늘 뭘 먹었고 어떤 걸 부족하게 먹었는지는 파악이 되지 않겠는가. 일주일 내내 라면만 먹은 사람이 ‘아, 제 식생활이 뭐가 문젠지 모르겠네요.’ 하는 건 그냥 관심병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일반적이고 상식이 있는’ 사람들은 너무 크게 ‘건강’에 올인해서 식단을 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일단 먹는 게 스트레스면 그것부터가 병이다. 우리 어머니는 잡곡밥이 몸에 좋다고 잡곡밥만 지으시는데 사실 난 흰쌀밥이 더 좋다. 성인병을 유발하고 어쩌고 하지만 굉장히 마른 편인 나는 건강 검진 때 ‘무조건 밥은 흰 쌀밥을 드시라. 그래야 살이 찐다.’고 까지 처방받은 몸이다. 그런 나는 잡곡밥을 씹어삼킬 때마다 그저 무조건 그게 ‘건강’에 좋다고 바락바락 우기는 어머니가 참 밉다.

그런 면에서 매실은 어렸을 때 간식으로 참 많이 먹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먹었다기 보단 ‘마셨다’고 하는 게 더 맞는 말이다. 매실은 주로 농축 원액을 어머니가 한 가득 집에 가져다 놓으셨고, 그걸 희석해서 더운 여름날 타 마시거나 했다. 매실이 몸에 좋다고 한창 붐이기도 해서 집집마다 매실이 없는 집이 없을 정도였다.

푹푹찌고 더운 여름, 달리 피서갈 데도 없는 무료한 방학에 하루 종일 바깥에서 뛰어놀던 어린 나는,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집에 들어가서 바로 찬 매실음료를 벌컥벌컥 들이마시길 좋아했다. 굉장히 달고, 새콤하고, 향이 코를 찡하게 만들 정도로 강한데, 진짜 그 청량함이 온몸에 퍼져 순간 꽝꽝 얼어붙는 것 같은 시원함이 좋았다. 일단 맛있었다. 어머니야 건강에 좋다고 사다놓으셨겠지만 사실 매실이 건강에 어디가 좋은지는 관심도 없었다. 맛있고, 달고, 시원하고, 향도 좋고. 그러면 된거지 뭐. 담배도 기호식품이라는데 매실이 몸에 나쁘더라도 나는 아마 마셨을 거다. 하루 삼시세끼 한달 내내 매실만 먹을 것도 아니고.

장마가 시작되어 비가 많이 내린다. 푹푹 찌고, 습하고, 더운 날의 연속이다. 시원하게 샤워하고 나와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들이키는 매실. 그 향과 청량함이 그립다. 아, 한잔 먹으러 가야지 안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