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여름, 여름, 여름!

바야흐로 여름, 여름, 여름이다. 매년 경신되는 최고 기온이야 더 이상 놀라울 일이 아니지만, 여름을 살아내는 우리의 체감 온도는 늘 놀랍다. 이렇게 더울 수가 있단 말인가. 6월 초에 대구에 갈 일이 있었는데 ‘대프리카’라는 말을 온몸으로 실감했다. 그러고 부산으로 돌아왔더니, 며칠 지나지 않아 부산에도 더위가 들이닥쳤다. 요즘의 여름은 너무 길고, 너무 강력하다.

치열한 전투에 나서는 병사는 빈틈없이 갑옷을 두르지만, 한여름 불볕더위와의 전투에서는 옷차림을 가볍게 하는 것이 상책이다. 미니스커트나 핫팬츠, 시스루 니트 등 다양한 더위 대비책이 있는 여성들에 비해 남성들의 옷차림이란 겨우 반바지와 반팔 티셔츠, 그것으로도 도저히 못 견디겠으면 민소매 티셔츠 정도일 뿐. 나처럼 땀 많은 남자들은 사실 데오드란트도 무용지물일 때가 많은데..

남자 여름 옷차림, 다 거기서 거기…

상황이 이렇다보니 많은 남성들의 여름 옷차림 구성은 거의 거기서 거기다. 공적인 자리나 비즈니스 룩으로는 주로 얇은 소재의 긴 바지와 반팔 티셔츠 차림. 조금 더 편안한 자리에선 위아래 모두 반바지와 반팔 티셔츠, 집 앞 슈퍼에 담배 사러 갈 때나 해변가에선 과감한 민소매 티셔츠 정도. 어느 조합이든 공통점은 상의는 모두 짧다는 것.

이런 진부한 여름 옷차림 속에서, 아주 간단하게 패셔너블한 느낌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디자인은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고르되, 하의는 반바지, 상의는 긴 소매로 매치하는 것. 정말 별것 아닌 역발상의 조합이 당신을 멋스럽게 만들 것이다.

여름에 긴 소매 상의를?

아니, 그런데 이 더운 여름에 웬 긴 소매냐고? f(x)의 노래 Hot summer에 나오는 가사 모르시나? ‘너무 더우면 까만 긴 옷 입자’ 여름에 쪄죽을 일 있냐고? 어허, 끝까지 들어보시라. 긴 소매 옷도 옷 나름이다. 두툼한 옷이라면 당연히 덥겠지만 성긴 조직의 니트나, 30수의 얇은 면 소재, 혹은 기능성 소재로 된 옷일 경우 오히려 반팔 티셔츠보다 햇볕이 피부에 직접 닿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또, 맨살에 바람을 맞는 것보다 작은 구멍들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들이 훨씬 더 시원한 법.

그러니, 걱정 말고 ‘여름용 긴 소매 상의’를 구비하자. 반바지에 긴 소매 상의를 매치할 때에는 옷 자체의 디자인은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가능한 심플하고 깔끔한 것으로 고르자. 색상도 블랙, 화이트, 네이비, 브라운 정도의 기본 색상으로 고르면 된다. 그레이는 땀자국이 너무 선명하니 피하는 게 좋다.

길고 짧은 건, 대보면 의외로 잘 어울리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핏이다. 가뜩이나 긴 소매 상의인데 몸에 달라붙기까지 하면 보는 사람도 입는 사람도 고역이다. 기왕이면 긴 소매 상의는 반드시 낙낙하고 여유 있는 핏으로 고르자. 덩치가 있거나 키가 큰 분들은 오버핏으로, 보통 체격인 분들은 세미 오버핏 정도로 고르면 무난하다. 스포티한 느낌으로 입을 때에는 적당히 슬림한 기능성 소재 티셔츠도 나쁘지 않다. 소재 자체에서 오는 냉감이 있기 때문에 시원하고, 신축성이 좋아서 움직임에도 제한이 없을 테니까.

반바지도 엉덩이나 허벅지가 꽉 끼는 슬림핏은 절대 금물이다. 기왕이면 통풍이 잘 될만한 핏으로 고르되, 한 가지 잊지 말아야할 포인트는 바지 길이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약간 짧은 거 아닌가..?’ 싶은 길이가 좋다. 굳이 수치로 얘기하자면 무릎 정중앙에서 위로 5cm 정도 길이. 처음이 어색해서 그렇지, 반바지는 조금 짧을수록 더 다리가 길어 보이고 멋지다.

이제 여름용 운동화나, 가죽 소재의 시크한 샌들을 신고 선글라스, 팔찌 정도의 액세서리만 더하면 센스 있는 여름 룩이 완성된다. 본디 음양의 조화가 가장 자연스럽고 멋진 법 아닌가. 덥다고 반바지, 반팔 티셔츠만 입지 말고 반바지와 긴 소매 상의를 매치하는 센스를 발휘해보자. 길고 짧은 건, 대보면 의외로 잘 어울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