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말이 정말 불변의 진리인지. 잘못인 줄 알면서도 되풀이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지. 잘못을 저지르고 망조에 접어드는 모습을 보고도 할 마음이 생기는 건지. 이번에는 한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 프로야구에서 사건이 터졌다. 승부조작 말이다.

승부조작은 대개 두 가지 중 하나의 목적으로 자행된다. 한 가지는 특정 팀이나 선수에게 걸린 도박 배당금을 얻기 위한 고의적 패배, 다른 한 가지는 그냥 ‘이기고 싶어서’다. 이번 프로야구에서 벌어진 사건은 안타깝게도 ‘둘 다’로 보인다.

두산 베이스는 우승을 차지했던 2014년 플레이오프 때 최규순 심판에게 300만 원을 건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공식 발표를 통해 전달된 300만 원이 승부조작으로 이어진 정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지만, 이 사실을 내부적으로 조용히 덮어버린 것이 문제다. 승부조작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여도, 사실 금품이 오간 자체가 중대한 규정 위반에 해당되는데도 불구하고 조용하게 해결한 것은 사건을 은폐하려는 움직임으로 봐도 이상할 것이 없다.

여기에 조직폭력배 두 명이 선수를 매수해 승부조작을 시도한 혐의로 구속됐다. 어느 한 선수의 비행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리그 자체의 질을 떨어뜨리는 행위를 KBO가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크다. 늘어가는 프로야구 흥행을 망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겠지만, 멀리 내다 봤을 때 전혀 좋은 해법이 아니다. 승부조작 사건은 이미 2012년과 지난 해에도 벌어진 탓에 이번에는 조용히 넘어갈 수는 없게 됐다.

승부조작으로 리그가 아예 사라지는 결과로 이어진 전례가 있다. 2000년 대를 뜨겁게 달궜던 스타크래프트 리그다. 스타 리그가 최대 전성기 일 때는 관중 수 1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어마어마한 인기를 구가했던 종목이었다. 스타크래프트는 오래된 게임이었으나 꾸준히 새로운 전략, 새로운 스타 선수가 양산되고 있었다. 그러나 2010년 터진 사상 최악의 승부조작 스캔들로 스타 리그는 속절 없이 추락했으며, 결국 2012년 문을 닫았다. 리그를 후원하던 스폰서들의 이탈, 승부조작에 가담했던 선수들이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였다는 것이 컸다.

아마 프로야구 담당자들은 ‘에이 게임이랑 우리가 같아?’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비록 E-스포츠라고 해도, 엄연한 구단과 연봉 체계가 있던 프로 스포츠에서 벌어진 사건을 몰랐을 리 없다. 당시 지상파 뉴스와 온라인 뉴스에 이 이야기가 도배될 정도였기 때문에. 이미 사건은 벌어졌고, 확실한 대처도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미 알면서도 쉬쉬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지금, 35년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큰 위기임에는 틀림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