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시장이 열린 지 얼마나 지났다고, 재미난 이야기들이 속출했다. 발빠르게 움직인 아스날이 알렉상드르 라카제트라는 거물급 스트라이커를 영입했고, 당연히 첼시로 돌아갈 것으로 보이던 로멜루 루카쿠는 갑작스런 하이재킹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향했다. 그에 따라 알바로 모라타의 거취는 오리무중이 됐고, 레알 마드리드는 스페인의 미래를 거의 쓸어 담다시피 했다. 그러나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 웨인 루니의 에버튼 복귀다

사실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번 시즌이 끝나기 전부터 꾸준히 나왔던 이야기였고, 루카쿠의 맨유행이 확정된 이후에는 별다른 소식이 나오지 않더라도 루니가 에버튼으로 돌아갈 것은 기정 사실이었다. 그러다 7월 9일, 에버튼이 공식적으로 루니의 영입을 발표했다.

유로 2004에서의 루니는 괴물 그 자체였다. 19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비록 8강에서 개최국 포르투갈에게 일격을 당해 탈락하기는 했지만, 4경기에서 4골을 몰아 넣었다. 대회가 끝난 뒤 모든 관심은 루니의 거취에 쏠렸다. 당시에는 큰 돈이었으나, 지금 생각하면 거의 헐값이라고 해도 무방할 3000만 파운드에 맨유로 팀을 옮겼다.

맨유 데뷔 전이었던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페네르바체 전에서, 등번호 8번을 단 웨인 루니는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전설의 시작을 알렸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함께 아스날의 50경기 무패행진을 잠재우기도 했다. 루니는 그 시즌에 43경기에서 17골과 5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PFA 올해의 영 플레이어 상을 수상했다.

2006년 월드컵이 루니에게는 매우 중요한 대회였다. 그러나 05-06시즌 말미에 첼시의 파울로 페레이라에게 당한 부상으로 대회를 망치고 말았다. 심지어 8강에서 재회한 포르투갈을 상대로 퇴장을 당하고 말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의 불화설 까지 일어나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팀 자체로서도 큰 위기였다.

그러나 06-07시즌 리그 타이틀을 차지했고, 시즌 총 23골과 15골을 기록하며 경기력에서도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다음 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 타이틀까지 거머쥐었으나, 전 시즌부터 호날두의 기량이 만개하며 루니는 메인에서 조금 물러났다.

호날두와 테베즈가 동시에 팀을 떠난 뒤, 루니는 다시 팀의 메인으로 올라섰다. 09-10시즌에서 개인 최다 골을 기록하며 메인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비록 리그에서 디디에 드록바에게 득점왕 타이틀은 내줬지만, PFA 올해의 선수상을 차지하며 개인 기록으로는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은퇴한 뒤, 급작스레 벌어진 팀의 위기 상황에서 미드필더로서도 뛰어난 활약을 보이며 팀에 공헌했다. 그러나, 이전에 보여주던 폭발적인 모습을 많이 잃을 것은 사실이었다. 다음 시즌 루이스 반 할 감독 체제에서도 미드필더와 포워드 자리를 함께 오가며 여전한 공헌을 했으나, 볼 키핑, 패스 정확도 면에서도 확연히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15-16시즌에는 맨유 입단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골을 기록하지 못 하기도 했다.

결국 조제 무리뉴 감독 체제가 들어선 이번 시즌부터 주전에서 완벽하게 밀리고 말았다. 가끔 나왔던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래도 보비 찰튼이 가지고 있던 맨유 최다 골 기록을 갈아치우며 위대한 기록을 작성하기는 했다.

한 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보다 더 주목 받았던 웨인 루니. 그러나 어느 순간 급격히 떨어진 기량으로 자신의 심장과 같던 맨유에서 자리를 잃고 말았다. 여전한 기량으로 붉은 유니폼을 입고 은퇴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그려지지 못했다.

7월 9일 언론을 통해 공개된 기사 속 루니는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밝게 웃고 있었다. 프로 데뷔를 에버튼에서 했던 웨인 루니지만, 아무래도 빨간색이 아니라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있는 루니는 영 어색하다. 예전만 못한 기량으로 온갖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던 루니지만, 그의 마지막은 아름다웠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