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는 온갖 약(?)들이 많다. 오메가3라는 노란색 알약부터 비타민, 홍삼과 몇몇 이름 모를 것들이다. 어떤 것은 왠지 저건 먹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모양새를 가진 약이었다. 엄마에게 저게 뭐냐고 물으니 결명자환이란다.

어떻게 먹는 거냐고 물었다. 그냥 알약처럼 똑같이 몇 개 쥐고 물이랑 꿀떡, 삼키면 된단다. 뚜껑을 열어보니 알 수 없는 냄새가 코를 찔러댔다. 일단 나랑은 맞지 않구나, 싶어 뚜껑을 다시 꽉 닫아버렸다.

어릴 때 부모님으로부터 들었던, ‘먹으면 어디에 좋아진다’는 시리즈의 음식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호두는 뇌처럼 생겨서 그런지 머리가 좋아진다, 사과 먹으면 예뻐진다 같은 것들 말이다. 확실히 어디엔가는 좋은 역할을 할 것은 분명할 것이다. 그 안좋다는 초콜릿 같은 것도 당분으로 사람에게 잠시나마 활력을 돋게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써 놓고 보니 그다지 좋은 예는 아니네.

아무튼 결명자도 먹으면 어디에 좋다는 시리즈 중 하나였다. 우리 엄마는 결명자환을 삼키면 눈이 밝아진다고 했다. 나는 아직까지도 꾸준히 시력이 좋았고, 당시에는 더 좋았기 때문에 ‘그럼 나는 먹을 필요 없겠네?’하며 빈정거렸다.

결명초의 씨앗인 결명자는 이름 속에 ‘밝음을 결정한다’는 뜻을 가졌다고 한다. 매우 정직한 이름이 아닐 수 없다. 눈동자를 회춘 시킨다는 뜻의 ‘흰동자’ 또는 ‘천리를 볼 수 있다’는 뜻의 ‘천리광’이라는 뜻도 있단다. 온 몸으로 나는 눈에 좋다!!!!!고 외치고 있다.

시력이 마구 좋아진다는 것보다는, 사실 눈 피로에 좋다고 한다. 나처럼 하루 종일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 봐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필요한 친구다. 여태까지 ‘시력 좋은 데 뭐하러 먹냐’는 생각만 가득했는데, 사무실 내 책상 한 켠에 고이 모셔 놔야겠다는 생각이 슬쩍 들기 시작한다. 조금 예쁜 통에다 담아 놓고 혼자 몰래 퍼 먹어야겠다. 아직 어려도 미리 건강 챙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