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음식들이 있다. 말이 필요없다는 수식어를 달고, 없어 못먹는다는 인기속에, 서로 비교하면 음식계 왕좌의 게임이 되어버릴 강력한 권력의 음식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기에 적어도 전국민 선호도 50% 이상은 획득해야 한다. 구하기 어렵지 않고, 비싸기는 해도 한번씩 큰 맘먹고 사 먹음직한. 대표적으로 장어구이, 게장, 꽃등심, 한우육회, 갈치조림, 따위가 있겠다.

젓갈류 중에서는 명란적이 그러한데, 원체 젓갈 자체가 밥도둑으로 유명한 종류지만 그 중에서도 명란젓은 가히 최고 권력자라 할 만하다. 오죽하면 젓갈의 왕이라 불릴까.

명란젓 딱 한개면 밥 한공기 우습게 넘어간다. 도톰한 선홍빛 껍질을 톡 가르면 빼곡히 들어찬 알들.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식감도 일품이거니와, 비릿한데 맑고, 담백하면서 짭쪼름한 그 맛은 정말 말이 필요없다는 말 이외에는 더 형언할 도리가 없다. 먹어야 아는 것이고, 먹고 나면 그저 맛있다는 소리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 수준의 맛을 말로 전하기란 거의 불가능할 것 같다. 먹는자의 혀만이 오롯히 느낄 수 있는, 두고두고 추억할 맛이랄까. 먹은 다음 끼니에 바로 또 생각나는 감칠맛. 그래, 감칠맛이란 표현에 이만큼 잘 어울리는 음식도 없는 것 같다. 혀에 착 감기는 걸 넘어 맛이 온 입안에 달라붙듯 꽉 들어찬다.

사실 명란젓은 그냥 먹으면 유독 짜다. 대신, 굉장히 다양한 음식과 궁합이 맞는다. 명란계란말이, 명란마요, 명란두부부침, 명란아보카도, 명란파스타, 명란치즈주먹밥, 명란알탕 등 여러가지 요리로 응용할 수 있다. 평범한 요리도 명란이 들어가면 고급요리가 된다. 그냥 구워 먹거나 뜨거운 밥에 슥슥 비벼 먹어도 충분히 맛있고.

정갈한 모양의 명란젓은 고급음식이란 인식덕에 선물용으로도 인기 좋다. 그래서 요즘은 제조과정에서 옆이 터지거나, 모양이 손상된 명란만 따로 모아 약간 저렴하게 판매하기도 한다. 가정 내에서만 먹을 용도라면 이런 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알뜰한 소비 방법이겠다. 옆구리 좀 터졌다고 맛은 어디 안 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