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는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다는 말이 있다. 계절에 맞지 않는 아이템이라도 매칭 했을 때 멋이 살아난다면 기꺼이 감내할 수 있는 게 멋쟁이니까. 겨울 코트 안에 목이 푹 파인 브이넥을 입는다거나, 한여름 찢어진 청바지와 반팔 흰 셔츠에 비니를 쓰는 것처럼.

그런데 이런 말도 점점 옛날이야기가 되어 가는 추세다.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아웃도어의 특징으로만 여겨지던 기능성이 패션의류에 접목되었기 때문. 이젠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실속형 멋쟁이의 길이 열린 것. 특히, 기능성과의 만남에서 가장 큰 특혜를 본 건 남성 비즈니스 의류 분야다.

남성 비즈니스 의류는 일정 틀을 벗어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 파격보다 격식을 갖추는 게 중요했다. 이러다 보니, 팬츠 하나도 자유롭게 선택하기 어려웠다. 한 여름 아무리 얇게 만든 옷을 입어도 긴 바지에, 셔츠, 슈트까지 갖추면 속에서 줄줄 땀이 흐른다. 불쾌하고 불편해져 입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지치기 일쑤. 겨울엔 또 어떠한가? 따뜻할수록 무겁고 묵직해지는 외투 때문에 움직임에 제약은 물론 옷이 짓누르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던 것이 기능성을 만나면서 실용과 멋을 동시에 잡게 되었다. 특수 원단을 사용하여 통풍은 물론 자외선 차단까지 되는 가벼운 여름 정장 바지, 냉장고 원단처럼 시원하게 통풍이 되는 여름 슈트, 구스다운임에도 구름처럼 가벼운 패딩 점퍼, 내부에 주머니가 많고 구김이 잘 안 가는 가벼운 코트, 오염 방지 기능을 장착한 셔츠라던지 심지어 NASA의 기술을 가지고 와서 자동으로 열 조절을 해 주는 옷까지 나왔다. 뛰어난 기능에도 불구하고, 기능을 패션 뒤로 숨겼기에 디자인도 깔끔하다.

 

멋을 위해 기능을 포기했던 사람들도, 기능을 위해 멋을 버렸던 사람들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탁월한 조합이다. 기술은 무엇과 만나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 기술도 옷을 입는 거다. 기능성 비즈니스 의류는 패션의 미래를 제시하는 아주 바람직한 발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