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산물은 고장마다의 지리적 특성을 반영한다. 토지가 비옥하고 넓은 지역에는 곡식이 잘 자라고, 너른 초원이 무성한 지역은 목장에 적합하듯, 바다를 끼고 형성된 지역에는 해산물이 유명하다. 그러나 때로, 이런 이유와는 하등 상관없이 오직 맛 하나로 지역 명물이 되는 경우도 있다. 여기 속초 닭강정처럼.

 

몇 년 전부터 속초에 가면 꼭 먹어보아야 할 음식에 닭강정이 포함되기 시작했다. 영 생뚱맞은 메뉴같이 보일지 몰라도 일단 맛을 보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또 아주 근거가 없는 메뉴도 아니다. 강원도에는 예로부터 양계장이 많아서 춘천 닭갈비처럼 다양한 닭 메뉴가 성행했다. 닭강정은 더 흔한 메뉴라 강원도 어느 시장에서나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그중 속초관광시장에 닭강정 점포 밀집 구간이 있는데 들어선 점포 전부 기본 이상 맛은 보장하고, 특히 잘 하는 몇 집이 방송을 타며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것.

지금의 시중 닭강정 대부분은 양념치킨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기다란 종이컵에 담아 파는 닭강정은 이제 길거리 음식의 대표주자 같은 메뉴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면서 강정이란 이름에 걸맞은 맛과는 많이 멀어진 실정이다. 속초 닭강정이 유명해진 이유는 양념치킨과는 확연히 다른 닭강정만의 정체성을 제대로 살렸기 때문이다. 닭강정의 생명은 물엿의 농도다. 찐득하게 들러붙되 눅눅해져서는 안 된다. 쫀득하고 찰진 식감이 살아 있어야 한다. 사탕 코팅처럼 양념이 닭고기를 보호하듯 감싸서, 식어도 맛있어야 제대로 된 닭강정이다. 어쩌면 식은 게 더 맛있을 때마저 있을 정도로. 길거리 포차 때문에 순살이 보편화되었지만, 속초 시장처럼 유명한 닭강정 집에 가게 된다면 반드시 뼈 있는 닭강정으로 먹어보길 권한다. 순살은 아무래도 고기 맛이 동일한데 반해, 뼈 있는 닭은 부위별 맛이 다르기 때문. 그만큼 양념과의 다양한 조화를 맛볼 수 있다.

 

속초 명물 음식은 많다. 코다리냉면, 오징어순대, 가자미식해 등 바다도시답게 거의 해산물이 들어간다. 그 와중에 닭강정은 오로지 맛 하나로 꼽히는 명물 음식이 되었으니 오죽 맛있으랴? 자연이 준 것 아니래도, 이 정도 맛이면 그냥 비공식 특산물 시켜줘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