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사무실에는 옷장이 하나 있다. 입고 온 외투를 걸어두는 행거는 따로 있고. 그럼 옷장의 용도는 무어냐? 미팅이나 PT 등 외지인 대응 전용 ‘불편한 옷’을 보관한다. 평소에는 ‘편한 옷’을 입고 업무를 본다.

뭐하는 회사냐면, 작은 영상 프로덕션이다. 야근이 잦고, 밤샘도 곧잘 있다. 그런 만큼 입는 것 하나만큼은 편하게 풀어준다. 일정도 퍽퍽한데 옷차림까지 몸을 죄이면 피로가 감당 되질 않으니까. 하지만, 외부에는 스마트한 모습만 보여야 하므로 미팅이나 발표 시에는 반드시 복장을 갖추어 입는다. 그래서 고안한 아이디어가 사무실 내 옷장이다.

옷장에는 직원별로 외부용 옷 한 벌씩이 걸려있다. 양말부터 바지, 셔츠, 슈트, 넥타이까지 한 벌 세트 구성이다. 캐주얼 정장으로 준비해두어도 좋다. 공유 가능한 시계와 구두, 가방도 있다. 이건 회사에서 구비해준다. 개인 것을 착용해도 되지만, 그런 액세서리, 잡화류에 딱히 관심 없는 직원들도 있기 때문에. 덕분에 우리 직원들은 옷에 구속받지 않는다. ‘청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면 깔끔하고 시원해 괜찮을 거’라는 노래 가사에 한 술 더 떠 반바지에 맨발 슬리퍼도 아랑곳없는, 휴일 동네 슈퍼 갈 때 복장처럼 풀어진 차림.

이런 방식은 업무 능률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불편한 옷은 어쩌면 창의성 발현마저 막을 만큼 차츰 몸을 피로하게 만든다. 옷이 편하면 뇌도 편해진다. 격식 때문에 쉽게 도입할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조직 규모가 크지 않은 회사라면, 내부 작업 비중이 높은 부서라면 시도해봄직 하지 않을까?

물론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중요하다. 회사 이미지와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분이기에 옷차림 하나까지 신경 써야 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내부 직원들끼리 서로를 신뢰한다면 어떻게 입었든 그게 무슨 상관일까? 일상복 차림으로 생활하다 전투가 벌어지면 슈트로 재빠르게 갈아입는 슈퍼히어로들처럼, 직장인들에게도 변신의 자유를 허락한다면 비즈니스 전투현장에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영웅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