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일본 프로골프에서 200승을 합작한 한국 여자 프로 골퍼들에 대한 이야기

골알못이 골프 얘기를 쓰는 이 특이한 칼럼의 성격 때문에 가끔은 기사가 아니라 기사 외적으로 딸려 오는 부분들에도 포커스를 집중할 때가 있다. 이번 경우에는 일본 프로골프에서 200승을 합작한 한국 여자 프로 골퍼들에 대한 기사에 관한 얘기다.

일단 나는 뭐든지간에 한국 스포츠 스타들에게 ‘태극’ 이란 명사를 붙이는 걸 정말 ‘극혐’ 한다. 애초에 태극기는 대한민국의 국기로 어울리지가 않는다. 중세 중국의 한 국가가 그려주고 허락한 그림 쪼가리를 아직까지 국기라고 내세우는 나라도 비정상이고, 그 심지어 한국 땅에서 발생하지도 않은 태극 사상을 나라의 상징이라고 아직 내세우는 것도 웃기다. 도대체 21세기에 ‘태극 낭자’ 가 무슨 말인가? 이거 꼬투리 잡을라면 한두개도 아니다. 여혐으로 몰고갈 수도 있다. 여자 선수면 다 ‘낭자’ 인가? 낭자가 뭔 뜻인진 아는지 참.

거기에 더해 이 기사는 이 소위 ‘태극 낭자’ 들이 JLPGA 투어에서 통산 200승을 합작했다는 ‘닛칸 스포츠’의 기사를 인용했다. 1985년 구옥희 골퍼를 시작으로 2010년 안선주 선수가 통산 100승을 합작했고, 7년이 지나 올해 이민영 선수가 200승을 합작했다.

내가 주목했던 건 사실 기사보다도 댓글이었다. 댓글이 지목하는 바는 이러했다.

‘일본 프로골프 투어는 실력만 있으면 국적에 상관없이 투어에 응시할 수 있는 개방성과 투명함,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한국 골퍼들의 200승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역으로 한국 프로골프투어는 그런 개방성이 있는가?’

이 댓글은 굉장히 높은 호응을 받았고 심지어 한국 프로 골프 투어를 ‘계급제 카스트 제도’ 라고까지 비유했다.

과연 그러고보면 한국 프로 골퍼들이 일본이나 미국에 가서 승리를 했다는 기사는 본 적이 있어도, 한국 프로 골프 투어에 외국 선수들이 참가해 우승을 했다는 기사는 거의 본 적이 없다.

애초 한국 오픈 투어 같은 대회가 이름만 한국 오픈이고 시장 바닥 게이트볼 대회만도 못한 진행을 자랑한다는 점이나, 해외 투어에 비해 한국 프로 골프 투어가 굳이 외국 선수들이 참가할 메리트가 없다는 점 등의 변수는 차치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외국 선수들이 한국 프로 골프투어에 참가할 때 응시 자체에서 난관을 겪는다는 점이 있다면 이건 꽤 큰 문제라고 본다. 여기에 무슨 한국 프로 축구 K 리그 같이 무슨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닐테고 말이다. (K리그는 국내 골키퍼 양성을 위해 외국인 선수 중 골키퍼 포지션의 선수 영입을 제한하고 있다.)

사실 애초에 이런 기형적인 양상은 한국 프로 스포츠 리그 전반에 걸쳐 있는 문제점이기도 하다. 한국 대중의 문제점인지 언론의 문제점인지 아니면 그냥 한국인의 의식 자체가 문제가 있는 건진 모르겠지만, 한국인들은 한국 프로 스포츠 선수가 외국에 나가서 활약받고 그 외국에서 인정받는 걸 그렇게 좋아한다. 일종의 대리만족인지 정신적 화이트 워싱인진 모르겠지만, 우리 동네 프로 스포츠 선수를 가까이에서 보고 응원하는 것보다, 그 선수가 어디 외국 나가서 활약한 뒤에 코쟁이들에게 인정받고 방송에서 ‘아이 러브 김치’ 같은 한마디 해주는 걸 더 좋아하는 수준이다.

골프 기사도 마찬가지다. 한국 프로 골프 투어의 수준이 얼마나 높아졌고, 거기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경기력이나 경쟁심은 얼마나 대단한지, 혹은 거기에 참가한 외국인 선수들이 얼마나 이 투어에서 우승하고 싶어하는지를 담은 인터뷰는 본 적이 없다. 골프 관련 기사의 태반은 한국 선수들이 외국 대회에서 얼마나 우승했고 몇등을 했는지이다. 뭐 애초에 한국 오픈이 이름만 한국오픈이고 관계자는 밤마다 술파티를 벌일 정도면 말 다한 수준이긴 하지만. (이 얘기는 이 문제점이 고쳐질 때까지 영원히 우려먹을 거다.)

미안하지만 이래서는 영원히 가망이 없다. 한국 프로축구에서는 소위 K 리그가 셀링 리그가 되는 게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몇 년 째 계속해서 대두되고 있다. 국내에서 잘하는 선수는 계속해서 외국 리그로 빠져나가고, 자국 리그의 경쟁력은 약화되고 결국 대중의 관심도가 떨어지고 이러다가 악순환이 계속되어 큰일이 나는 것 아니냐는 그 ‘문제의식’을 계속 공유하고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중이다. 그러나 그 노력이 잘 되고 아니고를 떠나서 중요한 건 전반적으로 축구계가 그 ‘문제의식’을 인정하고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골프계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과연 가지고나 있는지가 의문이다. 개차반인 한국 프로 골프 투어 운영은 계속 말하면 지겨우니 그만하더라도, 과연 한국 선수들이 계속 외국 나가서 우승을 몇 번했니 몇 등을 했니가 골프 기사의 반 이상을 장식하는 이 세태가 과연 옳은지를 질문하고 싶다. 한국 골프 투어가 세계 최상위 수준의 투어와 어깨를 나란히하고 그들이 한국을 찾고, 우승하고 싶어 안달이 나고, 이런 방향으로 가야 옳은 게 아닌지?

나야 골프 칼럼이나 쓰는 외부인이지만 과연 내부인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