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매우 게으른 사람이다. 일찍 일어나지 않는 것은 물론 청소도 제대로 하지 않고 배가 고파도 귀찮으면 밥도 안 먹는다. 커피를 매우 좋아하지만 집에서 커피를 내려 먹는 일은 내게 정말 고된 일이었다.

그런데 혼자 살게 되더니 사람이 바뀌었는지 절대 하지 않던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청소는 물론 정리정돈에 커피는 반드시 마시고, 특히 이것저것 사다 먹는 일이 늘었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내가 애쓰지 않아도 언제나 집에 먹을 게 있었다. 혼자 살면 그런 건 없다. 모조리 직접 해결해야 한다.

혼자 장보는 일이 잦을 수밖에 없다. 평소에는 전혀 관심도 없던 코너에 오래 서있게 되고, 잡다한 것에 눈이 갈 수밖에 없다. 홍초가 눈에 들어온다. 부모님 집에는 늘 홍초가 있었다. 평소에는 전혀 먹을 일이 없는데, 꼭 그렇게 소주에 타 먹게 되더라. 빨갛게 변한 소주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옆에 처음 보는 게 있다. 자몽초다. 노란 게 참 예쁘게 생겼다. 한 번 사 먹어 볼까 싶다. 꼭 술에 타 먹지 않더라도 쓰임새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 옆으로 바나나초, 파인애플초 같은 요상한 것들도 잔뜩 있다.

설탕 없이 자몽에 식초만 들어갔단다. 건강 안 챙긴 지 얼마나 됐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어쨌든 괜히 좋아 보인다. 피부에 좋다는 말도 있고, 다이어트 음료를 만들어 먹을 때 쓰이기도 한다네. 요즘 같이 더운 날에는 자몽초 한 스푼에 얼음 잔뜩 넣고 탄산수를 부어 자몽초 에이드로 만들어 마시는 게 제일 좋겠다. 안 그래도 요즘 자몽초 에이드도 트렌드 아닌 트렌드처럼 여러 카페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그 밖에도 우유에 타서 먹어도 되고, 샐러드 같은 이런 저런 음식에 드레싱으로 사용해도 꽤 괜찮을 듯하다. 어차피 냉장고에 든 것도 없는데, 이렇게 된 거 하나 사서 넣어둬야겠다. 참, 탄산수도 사야겠네. 커피 좀 덜 마시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