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긴 것부터 건강한 비주얼, 밀싹 주스

아빠와 목욕탕에 간 적이 있다. 옷을 벗고 목욕탕으로 입장하기 전에, 꼭 체중계에 올라가 몸무게를 잰다. 아들을 위해 아빠가 먼저 시범을 보였다. 잘 봐, 이렇게 하는 거야. 85kg이 찍혔다. 와, 아빠 살 진짜 많이 쪘다. 살 좀 빼소.

아빠의 시범을 지켜보고 나도 체중계에 몸을 올렸다. 84kg이 나왔다. 아니, 정확히는 84.6kg이다. 아빠와 1kg차이다. 그런데 아빠는 키가 178cm고, 나는 170cm다. 응? 그제서야 내가 얼마나 살이 찐 건지 깨닫고 그날부터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운동 방법, 식단 관리 그딴 거 없다. 그냥 안 먹는다.

하루에 단 한 끼만 먹는데, 그 한 끼도 무설탕 시리얼 한 주먹보다 약간 작은 정도를 먹었다. 그걸 먹고 나면 하루 종일 물 외에는 아무 것도 입에 넣지 않는다. 배를 물로 가득 채우면 그렇게 기분 나쁠 수가 없다.

그렇게 6개월을 지속한 결과, 몸무게를 20kg 가까이 줄였다. 이후에 좀 더 해서 총 24kg을 감량했다. 나는 매우 자랑스럽다. 돈도 안 들이고, 누구를 따라하지도 않고 성취해낸 다이어트다. 어디 가면 항상 자랑한다. 솔직히 이 정도면 자랑해도 되지.

누나도 자극을 받았는지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어떤 건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무슨 한약재를 먹는다고 한다. 그게 지방 분해에 효과적이라나 뭐라나. 거의 30만원 가까이 투자해서 2개월을 먹더니, 그러고 포기다. 원상복구다. 안 먹는 게 최고다.

그래도 효과는 조금 있었는지, 한 5kg정도는 줄였다고 했다. 요즘 회사에는 이상한 초록색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이 늘었다. 뭐냐고 물으니 ‘건강한 음료’ 정도로 퉁쳐버린다. 계속 캐물으니 다이어트 때문에 마신단다. 또 무슨 한약재인가 하니 그제야 실토한다. 밀싹주스란다.

밀싹은 밀의 어린 싹인데, 엽록소 성분이 많아 해독력이나 면역력에도 좋고, 감귤보다 6배 많은 비타민, 시금치보다 18배 많은 미네랄, 통밀보다 단백질, 섬유소, 칼슘이 무려 23배다 많다고 한다. 식이섬유도 많아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괜찮다네. 어느 정도인지 알고 보니 다이어트 보다는 해독주스로 좋겠다. 요즘 해독주스도 꽤 많이 찾는 것 같았다. 특히 내가 가장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아직 20대이기는 하지만 점점 건강이 나빠지는 게 느껴지는 탓이다.

아무튼 다이어트 때문에 마신다는 회사 동료에게는 이런 거 먹을 시간에 그냥 밥을 덜 먹으라고 조언해줬다. 하지만 분명한 건, 비타민이나 미네랄이 어마어마한 밀싹주스를 마시는 그 사람이 나보다 훨씬 건강할 것이다. 나는 몸에 좋다는 음식을 안 먹은 지 생각도 안 난다.

괜히 샘나서, 동료에게 ‘몸에 좋다고 많이 먹으면 안 좋대요!’라고 했다. 동료는 하루 종일 먹을 거라고 받아 친다. 근데 이건 진짠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