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셔츠다?
남성패션에 있어 셔츠는 진리이자 정석이자 기본이라는 말이 있다. 백번 공감한다. 다만 셔츠만 가지고 있다고 무조건 패션이 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류를 범하기 쉽다. ‘셔츠’로 묶이는 단순한 말에는 실은 온갖 종류의 옷이 담겨있다. 다양한 핏, 질감, 색깔, 무늬. 이 모든 것을 고려해서 어떻게 매칭하고 어떻게 스타일링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 되는 것이다. 작은 차이가 촌스러움과 세련미를 가른다. 물론 그게 쉽지는 않지만.
너드와 너드룩은 한끗차.
인터넷에 한동안 ‘공대남자패션’이라는 사진이 돌아다닌 적이 있다. 체크남방에 운동화까지 내려오는 긴 바지, 뿔테안경까지. ‘공대생들이 체크셔츠만 입는 건 불시에 그래프를 그리기 위해서인가요?’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이 많다는 내용이었다. 공대를 다녔던 내가 생각하기에도 어느 정도는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 일명 ‘공대남자’로 일컬어지는 이 사람들은 사실 진짜 공대생이라기보단 특별히 패션에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들을 총칭하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아이템 그 자체만 보면 문제가 없다. 체크셔츠는 분명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언제나 우리의 곁에 있을 베이직 아이템이다. 그런데도 왜 그들은 ‘촌스러운 패션’의 대명사가 된 걸까?
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입는 방법에 따라서 다른 결과를 낸다.
똑같은 옷이 주어져도 누군가는 그걸 멋스럽게 살려내고 누군가는 촌스럽게 만든다. 일단 자신에게 어울리는 ‘좋은 옷’을 사는 것이 출발이지만 그런 옷이 생겼더라도 아무 생각 없이 소비한다면 단순한 의식주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게 된다. ‘옷이란 몸만 가리면 끝 아닌가요?’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차피 옷을 입을 거라면 사소한 노력으로 더 좋은 룩을 완성하는 게 좋지 않을까?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자.
패셔너블한 사람이라고 하면 특이하거나 튀는 모습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세련된 스타일링에 굳이 특이한 옷이나 튀는 옷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단정하고 일상적인 옷으로도 센스를 통해 멋스럽게 연출하는 것이 가능하고, 오히려 그것이야말로 진짜 멋부릴줄 아는 사람들이 일상을 예술로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하지만 언제나 ‘무난함’만 찾다가는 평생 너드의 영역을 벗어날 수 없게 될지 모른다. 때로는 익숙하던 것에서 벗어나 도전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크든 작든 사람들은 변화를 통해 한단계 더 성장하게 되는 법이다. 실패가 두려워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평생 ‘공대남자’의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옷에도 철학이 필요하다. 같은 옷을 더 나은 룩으로 만드는 것, 같은 나를 더 나은 나로 만드는 것, 모두 뿌리는 비슷한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