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독사 선생님의 팔 토시

보통 학교마다 선생님들의 특징 분포도는 다 비슷비슷해서, 통용되는 별명들이 있기 마련이다. 영화 ‘검사외전’에서 검사로 위장한 강동원이 진짜 검사 박성웅에게 같은 휘문고 후배라는 걸 강조하다가, 담임이 누구였냐는 박성웅의 질문에 “독..사?” 한마디가 통했던 것처럼. 벌써 10여 년 전, 우리 학교에도 ‘독사’ 선생님이 계셨다. 과학 선생님이자, 학년 부장 선생님이셨는데 숨 막히는 원리원칙주의자였던 탓에 아마 ‘독사’ 라는 별명이 붙었던 것 같다.

졸업하고 몇 년이 지난 후에 고등학교 동창들과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그 선생님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는데, 당황스럽게도 그 선생님에 대한 기억의 첫 페이지는 독사가 아니라 ‘팔 토시’ 였다. 칠판에 파워풀한 판서를 하시는 편이라 분필 가루가 많이 날려서 팔 토시를 하는 거라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난다. 당시 버스나 택시 기사님들이 착용하던, 손목 부분에만 시보리가 있는 펄럭펄럭이는 그런 팔 토시.

요즘 팔 토시는 달라

그 시절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무슨 팔 토시를 하루 종일 하고 다니시나’ 했는데, 요즘은 팔 토시가 여름철 필수 아이템이 되었으니, 참 유행이란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다. 물론 그 시절의 팔 토시와는 전혀 다른 팔 토시들이긴 하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팔목부터 어깨 바로 아래까지 밀착형으로 나온다. 면과 나일론 혼방의 펄럭이던 예전과 달리, 쫀쫀한 폴리에스터와 폴리우레탄, 그리고 통풍 잘 되는 메쉬 소재로 착용감은 훨씬 좋아졌다.

그래도, 처음엔 왠지 거부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버스, 택시 기사분들이나 택배 기사분들이 작업할 때나 입는 게 팔 토시인데 그걸 평상복에 입으려니 영 T.P.O가 안 맞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그런데 한 번 착용해보고 나서는 바로 생각이 바뀌었다. 우선, 맨살보다 더 시원하다. 아니 뭘 껴입고 더 시원하다니 뭔 소린가 싶겠지만, 촉감 자체에서 오는 냉감도 있고 메쉬 소재를 통해 바람이 통하다 보니 갑갑하지도 않다. 땀이 나면 바로 증발하면서 열을 뺏어가니까, 더울수록 팔은 더 시원한 이상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선크림 대신 팔 토시!

게다가 제대로 만든 팔 토시는 자외선 차단을 확실히 해주기 때문에, 야외 작업할 때뿐만 아니라 간편한 외출이나 여름철 휴가 때도 유용하다. 선크림처럼 끈적끈적하거나, 땀 난다고 씻겨지는 것도 아니니, 나처럼 땀 많고 선크림 바르기 귀찮아하는 사람에게 제격이다. 그리고 경제적으로만 따져보더라도 팔까지 선크림 다 바르려다 몇 통이나 선크림 사는 것보다 팔 토시 하나 사서 쓰는 게 더 저렴하게 치기까지 하더라.

얼굴에는 복면을 쓰고 다닐 수 없지만, 팔은 다르다. 맨살보다 더 시원하고, 선크림보다 더 간편하고, 가성비 좋은 팔 토시. 올 여름엔, 선크림 대신 팔 토시다. 기왕이면 신축성 좋고, 메쉬 소재로 바람 잘 통하고, 자외선 차단까지 확실하게 되는 걸로. 판지오 아이스 메쉬 쿨 토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