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 산’ ?

‘아웃도어’ 하면 보통 ‘산’을 떠올린다. 하지만 아웃도어는 문자 그대로 ‘Outdoor’ 즉, 문 밖을 의미할 뿐 굳이 ’산‘ 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어학 사전에도 ‘Outdoor’ 는 ’옥외의, 야외의‘ 라는 뜻으로만 실려 있을 뿐, 그 어디에도 ’산‘의 의미를 찾아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왜 ‘아웃도어=산’ 이라는 공식이 생겨버린 걸까? 그건 철저히 시장 마케팅에 의해 주입된 선입견 때문이다. 2005년 전후로 급부상한 등산 브랜드 열풍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두툼한 오리털 파카를 입게 만들었다. 아무리 국토의 70%가 산지인 나라에 산다지만, 동네 뒷산에 오를 일도 없는 사람들까지 최소 몇 십만 원씩 하는 등산 의류를 입을 필요가 있었을까. 하지만 때때로 유행이란 합리성을 지배하는 법이니까. 그 등산 브랜드의 유행 덕분에 많은 어르신들이 더 안전하고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었고, 또 그 등산 브랜드의 유행 때문에 많은 등골 브레이커 자녀들이 양산되기도 했다.

아무튼 그 쯤에, ‘아웃도어=산’이라는 선입견이 만들어진 것 같다. 대부분의 등산 브랜드에서 ‘아웃도어’ 라는 말을 고유명사처럼 사용해댔으니까. 그에 반해 기존의 다른 스포츠 브랜드에선 ‘아웃도어’ 라는 말을 사용한 적이 거의 없으니까. 등산 브랜드가 ‘아웃도어’ 라는 포괄적 용어의 특정한 이미지를 선점해버린 것이다.

아웃도어의 외연 확장

요즘은 예전만큼 등산 브랜드의 열풍이 거세지는 않다. 아니, 오히려 이제는 너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버린 걸까.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제 와서야 문득 ‘아웃도어’ 의 의미에 대해 반추해보게 된다. 소비자도, 브랜드도 사실 아웃도어를 오해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고. 아웃도어를 다시 정의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먼저 행동에 나선 건 브랜드 쪽이다. 억울하게 ‘산’ 이라는 좁은 의미에만 묶여 있던 ‘아웃도어’ 의 외연을 확장해서, 전통적이고 전문적인 등산뿐만 아니라 가벼운 트레킹 영역까지 포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산’ 의 지리적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러던 중 ‘시티 아웃도어’ 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문 밖’ 은 모두 ‘아웃도어’ 라는 본연의 사전적 의미를 ‘도시’ 와 연결한 것이다.

시티 아웃도어, 문 밖은 모두 아웃도어지.

‘시티 아웃도어’ 개념은 아웃도어 개념의 외연을 단숨에 확장시켰을 뿐만 아니라, 브랜드 마케팅의 신영역을 구축하게끔 만들었다. 무조건 튼튼하고 무겁기만 했던 등산화는 가벼우면서도 세련되어야 할 필요성이 생겼고, 화려하기만 했던 등산복의 색감과 디자인도 보다 차분하면서 도시적인 느낌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브랜드 측에서의 이런 인식의 전환은, 소비자들에게도 충분히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굳이 산이 아니더라도, 도심 속에서의 생활도 충분히 거칠고 활동적인 부분이 많으니까. 우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도시의 계단을 오르고, 거리를 뛰어야 하니까. 출근길 문 밖을 나서면서부터 우리의 아웃도어는 시작되니까.

아웃도어의 외연이 확장되면서, 우리는 비로소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아웃도어의 영역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전의 ‘아웃도어 등산용 제품’에 기대하던 성능과 품질들을 일상의 다양한 용품에도 기대하게 되었다. 나는 이런 방식으로 한 단어의 의미가 필요에 의해 한정적으로 사용되었다가, 다시 필요에 의해 확장되는 것이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단순히 제품의 다양성이나 품질의 상향평준화를 가져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전반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문 밖은 모두 아웃도어’ 라는 걸 잊지 않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