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의 맛

간장의 맛

한식이 건강에 좋다는 말을 나는 믿지 않는다. 한식이 발효 음식 위주라 건강에 좋다면 치즈가 주식 수준인 유럽 사람들이 더 건강하겠지. 발효 음식 별로 안 먹는 일본 사람들이 장수하는 건 어떻게 설명할건가. 뭣보다 한식에는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바로 과다한 나트륨 함량이다. 김치에도 된장에도 간장에도 과도한 양의 소금이 들어가 있다. 거기에 요새는 입맛이 변해서 설탕도 왕창 넣는다. 건강에 좋다고 정말 확고하게 단언할 수가 있겠는가?

다만 한식이 몸에 좋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맛없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태어나면서부터 쭉 먹어오던 음식인데 맛이 없을 리가 없다. 더군다나 한국인 입맛에 안 맞을 리도 없다. 그리고 그 맛의 핵심이 간장이라고 생각한다.

입맛 없을 때 누구나 날계란 혹은 계란 후라이 하나를 하얀 맨밥위에 풀어 간장과 참기름, 취향에 맞춰 누군가는 버터나 마가린까지 함께 비벼 먹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사실 난 아까 점심에도 이렇게 먹고 왔다. 요즘 날이 덥고 습해서 입맛이 없는데 입맛 돋구는데는 이만한 게 없다. 간장에 밥 말아먹는 수준은 아닐지라도 여기에 간장이 좀 덜들어가며 담백해지면 사실 맛이 없다. 살짝 밥에 간장 색이 충분히 우러나올 정도는 넣어줘야 맛이 돈다.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에도 소금을 적당히 안넣으면 맛이 없다. 애초 소금이 필수 조미료 아니던가. 사실 입맛이 있을때나 없을때나 간장은 늘 혀를 황홀하게 만든다.

그런 간장을 항아리 독째로 부어 만든 게 간장게장인데… 이게 맛이 없을 리가 있나. 전문가나 미식가들도 양심은 있는지 간장게장이 몸에 좋단 얘기는 그닥 강조해서 하지 않는다. 맛이 있단 얘기는 하지. 하긴 양심있으면 누가봐도 나트륨 과다인 간장 게장이 몸에 썩 좋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단언할수는 있는 것이다. ‘맛이 있다고’

죽음을 앞둔 어머니와 자식의 심정에서 쓴 ‘간장게장’ 이라는 시가 TV에 나오며 전국민을 울렸지만 그렇다고 간장게장 안 먹을 것도 아니고. 잘 익은 간장이 속속들이 밴 촉촉하고 탄탄한 속살, 꽉 찬 알, 단단하고 귀여워보이기 까지 하는 다리들. 한입 배어물면 가끔은 입 근처로 질질 흐르기까지 하는 그 달콤한 간장. 먹다보면 가끔 입근처가 부풀어오를 정도로 아리는 그 짜고 단맛.

과거 냉장고가 없던 시절엔 무조건 해산물은 소금에 염장해 보관하는 게 필수였다. 그리고 그 염장 처리는 오랜 보관과 장거리 운송에도 상하지 않게 해주었고, 더운 여름 땀으로 탈수가 온 사람들에게 염분 보충과 입맛 되살리기에 도움을 주었다. 세월이 흘러 냉장고는 개발되었어도 인간의 몸은 진화가 덜 되었는지 덥고 습하면 입맛없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다. 인간의 몸은 신기하기도 한 것이 더우면 수분을 더 보관하려고 할 것 같지만 오히려 수분 배출을 더 가속시킨다. 염분도 마찬가지다.

이런 시즌에는 나트륨이 과다여도, 입맛 살려주는 게 최고 아니겠는가. 간장의 맛. 서양에서는 만날 수 없는 동양의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