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름을 들었을 때, 설마 과일일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처음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예상보다 엄청 시큼해서 온 몸이 찌릿 떨려왔다. 그땐 몰랐다. 무려 내가 이 과일을 좋아하게 돼서 일부러 찾아먹게 되리란 걸.

패션프루츠 혹은 패션후르츠, 패션 플루트. 영어 발음 한글 표기야 쓰기 나름이니 여하튼, 패션 과일이란 뜻을 지닌 이름은 듣자마자 생각나는 Fashion과는 전혀 상관없다. 과실이 마치 그리스도의 십자가 수난인 ‘he Passion’을 상징하는 모양이라고 하여 기독교 선교사들이 붙인 이름이다. 다섯 개의 수술은 그리스도의 다섯 군데 상처를, 세 개의 암술대는 십자가에 박은 세 개의 못을 상징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패션프루츠는 Fashion Fruit라 불릴만한 과일이다. 고급스러운 보랏빛 껍질 속 선명한 오렌지 빛 과육의 색 대비가 무척 예쁘기 때문이다. 과육은 검은 씨들과 섞여 유화 물감으로 패턴을 그려놓은 듯하다. 상큼하고 톡톡 튀는 색과 모양을 지닌 패셔너블한 과일이다.

실은 호불호가 좀 갈리는 과일인데, 혀의 모든 감각이 곤두서는 느낌이 들만큼 신 맛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비타민C가 무지막지하게 많이 함유되어 있다. 풍미와 향이 빨리 퍼져나가 디저트나 음료에 많이 사용되고, 향수 재료로도 활용된다. 단지, 시다고만 하기에는 맛이 좀 오묘한데 100가지 향과 맛이 난다고 하여 중국에서는 ‘백향과’라 부르기도 한다. 자꾸 먹다 보면 신맛 뒤의 단 맛을 느낄 수 있고, 톡톡 터지는 씨와 찐득한 과육의 식감도 재미나다. 시원하고 개운한 뒷 맛을 지니고 있고 느끼한 음식을 먹고 난 뒤 후식으로 제격이다.

요즘에는 패션프루츠를 ‘여신의 과일’이라 부른다. 여성 취향을 충족시키는 색감뿐 아니라 실제로 여성에게 좋은 효능을 많이 지녔기 때문이다.

우선, 에스트로겐 함유량이 엄청나다. 에스트로겐은 여성 피부와 신체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으로 여성의 과일 원조격인 석류보다 무려 5배나 많다. 이것만으로도 피부미용에 좋은데 비타민 C와 노화방지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나이아신마저 다량 함유하고 있어 주름 개선과 피부 탄력에 그만이다. 현대 여성들의 고민인 만성 변비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식이섬유가 100g 당 10㎎씩 들어있어 장 운동을 촉진시킨다. 엽산이 풍부해서 임산부 영양 보충 및 태아 건강에 이롭고, 칼슘과 마그네슘, 아연 등이 함유되어 종합영양제라 해도 충분할 정도다.

안타까운 점은 패션프루츠 맛에 길들여진다 해도 특유의 신 맛 때문에 한 번 섭취 시 일정 이상을 먹기는 힘들다. 그래서 다양한 방식으로 가공해 섭취하곤 한다. 다른 재료들과 혼합해 음료로 마셔도 좋다. 효능만을 따졌을 때 가장 효율적인 섭취방법은 식초로 만들어 먹는 것. 패션프루츠 식초를 일상에서 다양한 요리에 첨가해 먹거나 물에 희석해 마시면 좋다. 패션프루츠 식초로 만든 드레싱으로 샐러드를 버무리면 금상첨화다.

신은 여자를 창조하고 아름다움을 선물하기 위해 패션프루츠를 내려주신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