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냉면

나는 소문난 냉면 매니아다.

내 가까운 친구들 사이엔 암묵의 룰이 하나 있다같이 식사할 메뉴를 결정할 때 나에게 묻지 말라는 룰이다.

쟤한텐 묻지 마어차피 쟨 냉면이라고 대답해.”

나의 가장 오랜 친구가 버릇처럼 하는 말이다그러면 나는 말없이 동조한다실제로 나에게 물었으면 분명 주저 없이 냉면이라고 대답했을 테니까.

이렇게 냉면을 좋아하는 나라면 냉면에 대한 어떤 고집이 있을 거라고 짐작들 하는 것 같다미식가들이나 특정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세세한 것에 원칙을 강요하는 경우가 꽤 있으니 말이다냉면도 그런 규칙이 상당히 많은 음식 중 하나다예를 들어 냉면은 절대로 가위질 하지 말아야 한다.’던가, ‘함흥냉면은 비빔이다.’던가, ‘식초와 겨자는 꼭 넣어야한다/넣지 말아야 한다.’ 하는 것들 말이다.

 

보통 매니아를 자칭하는 사람들이 목을 높여 이런 룰을 진리처럼 주장하곤 하는데냉면 박애주의자인 내 입장에서는 결국 자기가 편한 대로 입맛에 맞게 먹는 것이 가장 좋은 취식법이자 진리라고 생각한다질긴 면 때문에 식사를 편히 즐길 수 없다면 좀 잘라서 먹으면 어떻고식초가 싫으면 좀 넣지 않으면 어떻고설탕이 넣고 싶으면 뿌려 먹으면 어떻단 말인가음식은 규칙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먹어야 하고식사라는 과정이 편안하고 행복할 때 비로소 진짜 맛있는 음식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식사자리에서 과도하게 먹는 방법을 강요하는 것은 진짜 그 음식의 매니아로써 자질이 부족한 것일 지도 모른다그런 룰이 많아질수록 그렇게 먹지 않으면 맛있지 않다고 인정하는 꼴이 아닌가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냉면은 가위질 좀 했다고 맛이 없어지는 그런 하찮은 음식이 아니라고결국 어떻게 해도 다 맛있게 되어있는 것또 찾게 되고 또 먹고 싶어지고 후끈후끈 더울 때는 일등으로 떠오르는 바로 그런 음식이 냉면이니까그래서 나는 냉면을 사랑하고냉면은 여름이나 겨울이나 최고이며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냉면의 찰진 매력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즐기는 것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어떤 여름정말 1일 1냉면을 했었다말 그대로 그 여름 내내 말이다그 후로 질리지 않을까 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쫄깃쫄깃한 면을 입 안 가득 찰 때까지 후루룩 후루룩 빨아들이고 시원한 국물을 한 숟갈 들이키면 더위는 온데간데없고 만족감과 씹는 즐거움이 넘친다뇌가 차갑도록 시원한 냉면을 먹다가 또 뜨거운 육수를 한 모금씩 마시면 이 고소하고 따뜻한 변화에 온돌방에 누운 양 노곤노곤 마음이 녹는다이런말하다보니 또 냉면이 먹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