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을 해야할 일이 생겼다.

아끼는 옷이 튿어져 집안 구석에서 존재조차 잊고 있던 반짇고리를 찾아서 꺼냈다옷 색깔에 맞는 실타래를 찾고 끝을 가늘게 말아 작은 바늘에 꿰었다손가락이 찔리지 않게 주의하면서 바늘을 밀어 넣고당겼다길게 따라오는 실이 옷감에 스르르륵 마찰하는 느낌이 손끝에서 옅게 진동했다그렇게 조심 조심 바느질에 집중하고 있는 동안처음 내 손으로 바지를 만들었던 순간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였는지아니면 중학생쯤이었는지 모르겠지만가정 실습으로 바지 만들기’ 단원이 있었던 적이 있다실제 치수보다 1/5 정도 작게 만드는 미니 바지였지만 단추 하나 꿰어본 경험이 없었던 나에겐 제법 커다란 과업으로 다가왔다물론 책에 만드는 방법이 상세하게 나와 있고 선생님께서도 친절하게 가르쳐주셨지만 아이들에게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쉬는 시간에도 방과 후에도풀었다가 꿰었다가를 반복하며 열심히 바느질을 했지만 내 바지는 아무리 해도 삐뚤빼뚤하고 어딘가 어긋나 보였다골무를 낀 손가락도 수십 수백 번 찔리니 아파오는 것 같았다.

 

완성해도 내가 입을 수 없는 바지라는 걸 아는데도 왜 그리 애착이 갔는지 모르겠다내가 손수 처음부터 그리고 자르고 꿰매어 바지의 형태를 갖춰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심장이 울렁거렸다제출일은 다가왔고 잠을 줄여가며 만들던 바지는 어쨌거나 완성이 되었다내 열정과는 달리 여전히 완벽하게 대칭적이지도 않았고 끝처리도 야무지지 않았지만 그 바지를 제출바구니에 넣는 것도 안타까울 정도였다지금 생각하면 항상 아무 생각 없이 쉽게 소모하고 접하던 것이 생산되는 일을 처음으로 느낀 순간이었던 것 같다세상에 없던 무언가가 어떻게 생겨나고그러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아주 조금이라도 알 수 있었고그 일을 했다는 것이 어린 나에게 뭉클하게 다가왔던 모양이다.

 

방식이 달라져 이젠 손바느질로 만든 옷을 시중에서 살 일은 거의 없지만옷을 만드는 일에 필요한 노력의 양이 줄어든 것은 결코 아니다단순 노동 파트를 기계가 담당한다면 이제 사람은 하나의 옷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기능과 디자인과 재질을 고민해야 한다기술이 발전할수록 옷도 발전될 여지가 생겼기 때문에 사람은 그만큼 더 신중하고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모든 것이 그렇듯 옷도 한 장 내 손에 닿고 내 몸에서 제 역할을 하기까지 수많은 정성이 필요했을 것이다그걸 생각하면 옷을 사서 입는 나 역시 아무렇게나 고르지 않게 된다누군가의 노력과 철학이 담겨 있을 것이고 그럴 때 옷은 단순히 섬유조직의 집합체가 아니라 가치가 된다그래나는 가치를 한 벌 산다고 생각한다.

 

내 바느질은 여전히 서툴다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바느질할 일도 특별히 없고 그렇다고 옷을 만들어 입지도 않으니까하지만 어릴 때 그토록 열정을 기울이며 익혔던 방법만큼은 어른이 된 지금도 내 안에 그대로 남아 이렇게 이따금 꺼내볼 수 있게 되었다꿰맨 자국이 어설프지만 아끼는 옷은 또다시 나와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그것으로 충분하다누군가의 귀중한 노력이 쉽게 빛바래지 않게나도 소중히 지켜나가고 싶다삐뚤빼뚤하지만 세상에 둘도 없던 내 미니바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