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에 따라 알맞은 옷을 입어야 한다는 패션 용어 T.P.O.

이는 고리타분하게 격식을 따지자는 것이 아닌 암묵적 규칙에 대한 권고다. 지키지 않아도 법에 저촉되지는 않지만 사회적 예의에 어긋남으로써 사람들에게 좋지 못한 인상을 줄 여지가 있다.

T.P.O는 종류에 따라 구속력이 달라진다. 홈 웨어는 편한 옷이 좋다고 권장하든 말든, 집에서 정장을 갖춰 입고 뒹굴거린다고 남에게 피해 가는 일은 없다. 하지만, 예식장에 운동복 차림으로 슬리퍼 찍찍 끌며 나타나는 건 얘기가 다르다. 비즈니스 공식 석상에 과감한 시스루 입고 간다던가, 장례식장에 힙합 패션으로 장신구를 치렁치렁 달고 나타난다면 이후 사회생활에서 많은 기회를 잃게 될 거다. 반드시 지켜야 할 T.P.O를 어기는 건 개성도 뭣도 아니다.

어떤 T.P.O에는 상대에 대한 존중과 예의가 담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여기 MIND를 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태도의 문제이고 T.P.O는 바른 태도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정장을 갖춰 입어야 하는 격식 있는 자리에 가게 되었다면, 말투와 행동에도 품격이 묻어나야 한다. 고가의 정장과 구두, 시계를 차고 방정맞은 몸짓과 상스러운 말을 내뱉으면 기껏 신경 쓴 T.P.O마저 헛수고가 되고 만다. 옷은 인격을 받쳐주는 부가요소지 인간성 자체를 포장하진 못한다. 되려 멋지게 차려입고 매력적인 외모를 뽐내는 사람에게서 소위 ‘확 깨는’ 모습을 보게 되면 실망이 배로 커진다.

영화 킹스맨의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대사처럼 태도가 T.P.O를 완성시킨다. 움츠려 들어 얌전하게 행동하란 게 아니다. 자신의 외모에 신경 쓰되, 모든 상황에서 타인을 먼저 배려하고 공동체의 규칙을 존중할 것. 그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