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정장 디자인이 사실 다 거기서 거기다. 물론, 세세한 차이가 있고 핏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달라지지만 옷의 형식은 어느정도 정해져 있다. 패션에 특별히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정장마다의 작은 차이에 별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입는다.

그래서 정장에 포인트를 주고 싶을 때 넥타이를 많이 신경 쓴다. 검정, 회색, 남색처럼 어두운 톤이 대부분인 남성 정장은 넥타이 디자인과 색에 따라 분위기가 많이 달라 보인다. 어떤 넥타이는 정장을 압도하는 존재감을 뽐내기도 한다.

내가 언급하는 다 비슷한 정장은 어디까지나 비즈니스를 위한 정장이란 걸 짚고 넘어가겠다. 독특한 디자인의 패셔너블한 정장은 많지만 비즈니스에서는 아무래도 일정 격식을 벗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넥타이 역시 무작정 특이한 걸 맬 수는 없다. 살짝 포인트가 될 정도 참신함을 갖출 수는 있겠지만, 압도적 존재감을 뽐내서는 곤란하다. 요란하거나 튀는 인상은 비즈니스에서 별로 큰 신뢰를 주지 못한다. 진중한 느낌으로 신뢰를 전달하되, 약간의 센스가 엿보일 정도면 베스트다.

정장을 갖추고 만나야 하는 비즈니스 미팅에서, 나는 구두에 가장 많이 신경 쓴다. 대체로 구두는 좋은 브랜드 제품의 무난하고 어두운 디자인을 신는 것이 일반적이다. 번쩍번쩍 광이 나거나 너무 날렵하게 빠지거나 화려한 장식이 달린 그런 구두들을 신을 수는 없다. 구두는 그저 정장의 전체 모양새를 해치지 않는 정도 디자인이 선호받는다.

그런데 구두야말로 아주 작은 포인트에서 느낌이 확 달라질 수 있는 아이템이다. 검정이나 브라운 이외 대안이 없는 건 인정해서 나도 그렇게 신지만 핏에는 굉장히 집착한다.

정장의 생명이 핏이라 말하는데, 구두 역시 핏이 관건이다. 얼마나 고급스럽게 선이 빠졌느냐를 유심히 보아야 한다. 신었을 때 발 볼 부분이 늘어지는 변형이 없는 것이 좋고, 발등 부분 주름이 일정하고 단정한 모양새로 접혀야한다. 앞코는 너무 뾰족하거나 심하게 각진 것만 아니면 어떤 느낌을 신어도 괜찮다. 다만, 봉제선이나 장식선이 많이 간 것은 조잡해 보인다. 통으로 된 모양의 구두가 보다 고급스럽다. 밋밋한듯한 디자인에 소재와 질감으로 차별화를 제공하는 제품을 추천한다.

구두가 중요한 이유는 사람 간 만남에 눈을 마주치는 시간만큼 바닥을 보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대화가 막히거나 어색할 때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땅을 바라본다. 머릿속이 복잡한 그때, 괜스레 상대의 구두가 눈에 들어와 의미 없이 모양새를 가만히 보는 시간이 반드시 생긴다. 헤어스타일, 인상, 넥타이처럼 눈높이에 위치하는 요소가 첫인상을 결정짓는다면 구두는 나중 인상에 영향을 미친다. 잘 고른 구두 한 켤레가 당신의 인상을 더 좋게 할 수도, 나쁘게 할 수 도 있다.

대화는 온몸으로 하는 거다. 어떤 제스처를 취하느냐, 어떤 옷을 어떤 잡화와 매치했느냐. 구두(口頭) 대화에 구두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