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더울 때다. 에어컨 없이는 그 어디에서도 버티기 힘든 날의 연속이다. 예전에는 이 같은 날씨에 한바탕 비가 쏟아지면 더위가 약간 주춤했었다. 요즘 같은 때 비라도 내리면 그야말로 최악이다. 더위가 가시기는커녕 그대로에 극악의 찝찝함을 선사한다. 매우 보송보송한 몸 상태라도 2~3분만 밖에 서있으면 온 몸이 끈적인다.

조상들은 이 더위를 ‘이열치열’과 같은 방법으로 이겨내고자 했다. 몸에서 나는 열보다 더 뜨거운 음식을 먹음으로써 더운 생각을 잠시나마 잊게 한다는 기상천외의 생각이다. 조상들의 뛰어난 지혜라고 칭송 받지만, 적어도 내게 이열치열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나 같은 사람들은 뜨거운 음식 대신 차가운 음식으로 더위를 이겨보려 안간힘을 쓴다. 아이스크림이나 팥빙수, 냉면 같은 것들이다. 개인적으로 냉면은 살얼음이 동동 떠있는 물냉면 보다 비빔냉면을 선호한다. 사실상 물냉면이 훨씬 몸을 시원하게 하지만, 그냥 비빔냉면이 더 맛있다. 짜고 단 걸 더 선호하기도 하고.

완벽해 보이는 비빔냉면도 단점이 있다. 이상하게 포만감이 적다는 점. 면이 얇아서 그런지 젓가락질 몇 번에 바닥을 드러내는 냉면은 늘 아쉬움을 준다. 아쉬울 정도로 먹는 게 좋다는 엄마의 말이 떠올랐지만, 나는 늘 푸짐함을 원한다. 욕심이 많아서 그렇다.

최고의 대안은 쫄면이다. 비빔냉면과 유사한 맛에 면이 더 굵다. 게다가 쫄면이 탄생하게 된 계기를 알고 나서는 쓸데없이 발견의 위대함에 매료되어 쫄면이 더 맛있어 보이기까지 했다.

쫄면은 인천에 있는 ‘광신제면’이라는 냉면 가게에서 만들어졌다. 냉면 면을 뽑다가 잘못 나온 면을 버리기 아까워 직원들끼리 먹다 보니 두꺼운 면의 매력 때문에 새로운 메뉴를 개발했다는 거다. 물론 잘못 만든 면을 그대로 고객들에게 팔아 버린 파렴치한 메뉴는 아니고 거기서 조금 더 쫄깃하고 탄력 있게 발전시킨 게 쫄면이다.

쫄면은 냉면과 유사한 특징을 그대로 지닌 쫄깃한 면이기 때문에, 라면처럼 후루룩 먹었다가는 잘 끊어지지 않아 기도를 막아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먹일 때는 각별한 주의를 요해야 한다. 아예 가위로 반토막을 내버리는 것도 한 방법.

쫄면의 면은 그대로도 매력이 넘치기 때문에 다른 음식의 사리로도 널리 쓰인다. 닭갈비나 떡볶이, 찜닭, 아귀찜 등에 ‘감자사리’로 불리는 사리가 쫄면이다.

고명으로 비빔냉면과 유사하게 오이, 양배추, 당근 등과, 마지막으로 삶은 달걀을 올려준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불량식품으로 지목돼 구청에서 단속하기도 했다고.

더워서 힘도 금방 떨어지는데, 금방 사라지는 냉면 대신 조금이라도 두꺼운 쫄면으로 대동단결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