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뽕은 박살내고, 하위 문화적 욕망에 충실하자

요즘에도 그러나 모르겠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들이 가장 강조하던 이야기는 예를 들면 이런 종류의 이야기였다.

사례1.

요즘 청바지가 유행하는데 이거 아주 큰 일이다. 청바지는 미국의 저급한 노동자들이 입을 옷이 없어서 텐트 쪼가리를 짤라다 바지로 해입던 아주 저급한 옷이다.

사례2.

요즘 햄버거 핫도그 피자 이런거 좋아하는 애들 너무 많은데 큰일이다. 미국에서는 먹을 거 없는 거지들이나 먹는 음식들이다. 그런거 먹고 살 찐 거지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냐. 영양가도 없다.

사례3.

요즘 나이키 아디다스 외국 브랜드 쓸데없이 비싼 축구화 같은거 좋아하는 애들 너무 많은데 이거 큰일이다. 르까프 같은 한국 브랜드가 오히려 훨씬 좋다.

사례4. (이 사례는 초등학교때 사례는 아닌 최근의 칼럼이다.)

요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한옥마을을 거닐며 한복을 입고 사진 찍으며 노는 게 유행인다 이거 아주 가소롭고 웃음 나오는 일이다. 그녀들이 입는 한복은 조선 시대에 기생들이나 입던 그런 스타일이다. 진짜 한복은 말이지… 어쩌구 저쩌구.

사례 1,2,3 은 초등학교 시절 교실 안에서 직접 들었던 이야기고, 사례4는 최근에 아예 칼럼으로 실렸던 실제 기사다. 20년 정도의 간격을 두고 있건만 한국 사회는 정말 딱히 바뀐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사실 관계에서부터 전부 틀렸다.

청바지는 입을 게 없어 입은 옷이 아니고 거의 매일 야영을 하는 광산 노동자들을 위해 독사에 물리지 않고 험한 광산 일에서 쉽게 헤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옷을 리바이 스트라우스가 개발한 혁신적 패션 발명품 중 하나다. 심지어 편하고 질기고 오래 입을수도 있다. 당연하게도 이쁜 청바지는 비싸기도 하다. 도대체 한국인들이 한국인의 손으로 만들어낸 그 비슷한 혁신적 패션 아이템이란 게 존재한 적은 있기나 하나? 그리고 노동자 계급이 저급한가? 길가다 하수도 파는 노동자들을 보면 자식들보고 ‘저런사람 되면 안된다’거나 ‘저런분들을 도와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정말 마르크스가 들으면 망치로 머리를 때렸을 소리를 하는 부모들 같은 ‘저급한’ 생각을 정말로 하는 것인가?

햄버거 핫도그 피자의 영양가를 논하려면 김치의 나트륨 함량부터 따져야 한다.

나이키 아디다스 욕하면서 르까프를 사라는 건 도대체 뭔 논린가? 품질좋고 이쁘면 사는 게 당연한거지.

그리고 기생 한복이니까 이쁜 거다. 왜냐면 기생들은 이뻐야 됐으니까. 미안한데 그 당신들이 말하는 ‘진짜 한복’ 은 이쁨이나 멋대가리라고는 하나도 없고 입어야 될 욕구 따위는 1도 일어나지 않는다. 도대체 기생 한복은 왜 입으면 안되나? 설마 ‘더러워서’ 라는 ‘더러운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

쓸데없는 국뽕을 박살내야 제대로 된 산업이 발전한다. 실제 소비계층인 대중들, 특히 하위문화는 욕망에 의해서 발현되어야 한다. 이쁘다, 갖고싶다, 입고싶다, 먹고싶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쁘고 멋있고 맛있으면 되는 거다. 당최 이쁘지도 않고 멋있지도 않고 맛있지도 않은데 단지 조선것이라고 해서 소비해야만 하는 이런 기괴한 일이 어디 있는가? 무슨 옆에 멀쩡히 더 좋은 물건 있는데 전부 보급품 써야 되는 한국 군대도 아니고? 하긴 한국 사회가 한국 군대 사회긴 하다. 그따위로 계속 살고 싶다면야 할 말이 없다만.

난 샌드위치가 좋다. 햄버거도 좋아한다. 사실 햄버거류는 서구권에서는 일괄 샌드위치라고 부른다. 햄버거라는 명칭은 미국 문화가 강하게 유입된 한국에서의 명칭일 뿐이다. 샌드위치, 얼마나 맛있고, 보기에 이쁘고, 심지어 건강식이기까지 한가. 신선하고 냄새만 맡아도 건강해질 것 같은 갓 구워낸 빵에, 숙성이 잘 된 윤기가 흐르는 햄과 소세지, 각종 야채와 과일, 거기에 살짝 녹아내려 풍미를 더하는 치즈까지. 손에 쥐고 우걱우걱 먹으면 되기 때문에 한끼 식사로도 간편하다. 바쁜 현대인들 아닌가. 거기에 꼭 콜라 같은 인스턴트 음료와 먹을 필요도 없다. 맥주 안주로도 좋고 홍차나 녹차 같은 따뜻한 차와도 잘 어울린다.

무엇보다 이쁘고 멋있고 맛있다. 그러면 된 거 아닌가? 난 샌드위치가 좋다. 한식보다도 좋다. 요즘엔 심지어 혼자서 밥만 먹어도 뭐라고 하는 수준이라 좀 경악스럽다. 혼자서 샌드위치좀 먹는다고 공동체와 역사가 무너질 일은 없다. 무너지는 건 ‘꼰대’ 와 ‘틀딱’ 들의 국뽕정서일 뿐이다. 모두 샌드위치와 맥주를 들고, 건배하자. 아, 물론 맛없는 국산 맥주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