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코디는 어렵다.
최소의 조건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더워서 여러 아이템을 한꺼번에 착장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덜렁 티셔츠와 바지 하나 입고 나가면 자칫 동네 마실가는 ‘아재’느낌이 되어버리기 쉽다. 시원하면서도 지나치게 단순하지 않아야 하고, 센스있게 조합하되 더워보이거나 치렁치렁하면 계절감을 놓친다. 적당히 꾸민 느낌이 들면서도 시원하고 심플한 여름룩을 완성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패션 고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나치지 않게, 그러나 부족함이 없게.
나도 이 경계가 항상 어려웠다. 겨울엔 안에 받쳐입은 옷이 조금 부족해도 무드있는 코트나 쟈켓으로 충분히 분위기를 낼 수 있고, 아주 깔끔하게 원톤으로 입더라도 목도리 하나만으로 포인트를 주면 느낌을 살릴 수 있다. 게다가 두꺼운 옷에 감춰둘 수 있어서 몸매조차 상대적으로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은 편이다. 그런데 이놈의 여름은 모든 것이 도전과제다. 옷감이 얇기 때문에 몸 선이 그대로 드러나고, 따라서 자신의 몸을 보완할 수 있는 옷을 선택해야 하는데 이걸 최소한의 아이템으로 해내야만 한다. 그래서 여름의 외출은 입을 옷이 더 적은데도 코디하는데 드는 시간이 배로 걸린다. 뭔가가 조금만 부족해도 영 밋밋해보이고, 조금만 넘쳐도 곧 답답해 보인다.
여름 패션 리더가 되려면?
‘계절감’ 역시 패션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무작정 ‘난 더운 건 상관없으니 마음대로 입겠어.’하는 단순한 발상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여름철 옷고르기에 대한 고민은 자꾸만 신중해 진다. 어떻게 하면 무심하면서도 센스있는 여름철 코디가 가능할까? 우선은 기능성이 중요하다. 여름 옷을 다양화시키려면 기능이 뛰어난 옷을 일단 찾아야 한다. 보기에 같은 쟈켓이라도 어떤 재질이냐에 따라, 성분이 어떤가에 따라 입었을때의 시원함과 가벼움에 천지의 차가 생긴다. 아무리 예쁜 옷이라도 입은 내내 땀이나고 그것이 불쾌함으로 이어진다면 실패한 룩이 된다. 미소는 가장 좋은 마무리이자 출발이니까. 그러니 다양한 시도를 위해선 먼저 기능성을 가늠해야 한다. 가볍고 시원하며 티셔츠 위에 입어도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인가, 하는 것을 고려해서 선택한다면 코디의 폭이 훨씬 넓어질 것이다. 그런 다음 과하지 않은 수준의 레이어드나 조합, 컬러와 패턴 사용을 통해 얼마든지 다양성을 꾀할 수 있게 된다.
심플하게, 하지만 단순하지 않게.
여름 옷은 그저 시원하다고 끝인 것이 아니다. 기능성이 중요하다고 해서 가볍고 시원하면 무조건 오케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건 어디까지나 ‘잘 된 여름룩’을 위해 전제되는 출발일 뿐이다. 입기에도 보기에도 상쾌한 재질의 옷을 골랐으면 그 다음은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잘 매칭해야 한다. 체형을 보완할 수 있는지, 자신의 피부색과 어울리는 컬러인지, 내가 연출하고자 하는 분위기에 적절한 옷 종류인지, 실내 에어컨 환경과 외부 뜨거운 환경에서 모두 적절히 범용될 수 있는지 하는 것들 말이다. 이런 요소들을 하나하나 고민해나가다 보면 성공과 실패 사이에서 조금씩 여름의 자신도 멋스럽게 변해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습니다.
난 지금도 여름 옷이 어렵다. 늘 외출할 때는 고민한다. 이런 시도도 해보고 저런 시도도 해본다. 어렵지만 힘들지는 않다. 이런 고민이야말로 패션을 즐기는 사람으로써 누릴 수 있는 자연이 주는 도전과제 같은 거니까. 게다가 여름 옷은 대부분 단출하고 허술하기 때문에 오히려 조금만 신경쓰면 겨울에 온갖 신경을 쓴 날보다 훨씬 돋보이고 센스있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니까 포기하지 말자. 하다보면 어느틈엔가 그 고민도 즐거움이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