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사는 세상이 이토록 많이 발전 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동물에게는 없는경쟁의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을 제외한 동물은 남이 배부르게 먹든, 편한 집에서 잠을 자든 관심 없다. 오로지 본인의 상태만이 관심사일 뿐이다. 하지만, 인간은 어떠한가. 옆집에서 BMW 를 사면, 갑자기 복통을 느끼는 기이한 현상이 생기곤 한다. 순식간에 본인이 가진 것은 낡고 후진 물건으로 둔갑하기 마련이다. 자꾸만 타인과 비교하고 경쟁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다 보니 그 어떤 동물도 이룰 수 없는 인간만의 왕국을 건설하고 온 지구를 점령할 정도의 발전을 이룩해내었다.  

바로 그경쟁에서 우리는 점점 더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었고, 더 빠른 차를 타고, 더 높이 날며, 더 멋진 세상에서 살게 되었다는 사실을 뼛속 깊이 이해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발전의 원동력이었던경쟁유희를 붙이면 바로스포츠가 된다. 서로 칼 끝을 겨누고 상대의 몸을 찌르는 펜싱, 누가 더 빠른지 달리거나 헤엄치는 수 많은 종목들, 그리고 팀을 나누어 상대편 골대에 볼을 넣는 구기종목까지. 비인기, 비공식 종목까지 하면 스포츠의 종류는 정말 셀 수 없이 많을 것이 분명하다.  

얼마 전 7살 아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칼 싸움의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 동안은 장난스럽게 칼을 이리도 휘두르고 저리도 휘둘렀건만, 검도 도장에 1년째 다니고 있는 아이의 칼끝은 집중력과 각오가 묻어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나이를 잊은 채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10분 남짓의 거실에서의 한판, 10점 내기에서 아빠가 9점으로 앞서가는 순간. 아들은 진심으로 서글픈 표정을 하며 칼 싸움을 이만 포기하려고 했다. ‘점수에서 이긴다고 꼭 완전히 이긴 것은 아니란다.’, ‘승자든 패자든 최선을 다해 싸웠으면 그만인거야.’ 등 많은 말로 위로를 한 뒤 가장 어려운 과제가 남았다. 열심히 했지만 안타깝게 역전패를 당하는 아빠의 비참한 모습을 연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연기대상이라도 노리는 사람처럼 슬픈 표정을 하며 경기에 역전패를 당했다. 아이는 아빠를 이겼다는 기쁨이 주체가 안 되는 듯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빠, 많이 늘었는데?”  

경쟁에서의 승리만큼 기쁜 일은 없다. 하지만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는 법. 이 세상에도 승자가 있다면 늘 어딘가에는 패자가 있는 법이다. 패배했을 때 마음을 다스리는 연습만이 이 세상을 잘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TV에 나오는 유명한 스포츠 스타들도 경기에서 패배해도 늘 정중하게 인사를 나누고 상대방을 위해 박수를 쳐주고 있지 않은가. 승리의 아름다움 보다는 경쟁 자체의 아름다움에 우린 늘 감사해야 한다. 다음 아들 과의 칼 싸움에서는 쓰디쓴 패배의 눈물을 안겨주고 필히 상대방에게 박수치는 너그러움을 알려주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