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와 결혼 말고.

한국 경제 신문은 최근 KPGA에서 약진을 하고 있는 남자 골퍼들의 공통적 특징에 관해 기사를 냈다. 바로 군 전역, 혹은 결혼 이후에 안정을 찾고 성적을 내는 골퍼들이다. 대표적으로 김우현, 맹동섭, 박상현, 김대섭, 허인회 프로를 언급했다.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이다. 전부 다 전역과 결혼 때문에 성적이 잘 나오는 건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백프로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골프는 멘탈 스포츠 아니던가. 티비로 볼 때마다 저게 어렵기야 어렵겠지만 그렇게 어려울까 보이던 골프가, 스카이뷰 카메라 구도 하나에 정말 경이적인 스포츠라는 걸 깨닳은 이후로는 더 그렇다. 군대라는 게 얼마나 사람을 미치게 하는 지는 다녀온 사람만 알 것이다. 군대를 가야된다는 압박 자체가 미필인 20살 이후의 남성들을 1분 1초 계속 압박하고, 가야 할 시기가 다가오는데 점점 미루다보면 무슨 일을 하더라도 머릿속에서 군대가 떠나지를 않는다. 그러다 군 문제가 해결되면, 일단 볼꼴 못볼꼴을 다 보더라도 갔다오기만 하면 그렇게 속편하지 않은가.

결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결혼을 하려는 남녀의 연령대는 점점 높아져만 가고, 이제는 비혼과 싱글이라는 단어가 거부감없이 모두에게 인식되고 있다. 이제는 점점 전통적 의미에서 결혼이 가지는 낭만성과 로맨틱한 느낌은 퇴색되고, 하고 싶어도 경제적 이유 때문에 포기하거나 못하거나 미루는 일이 많아졌다. 현재에, 결혼이란 사실 해도 그만 못해도 그만인 일이 된 것이다.

그런 한국 남성들 인생의 큰 일이자 과업인 군대와 결혼을 해결했으니, 멘탈이 안정되고 성적이 나는 건 사실 당연한 일 같아 보인다. 바꿔 말하면 군대도 갔다왔고 결혼도 했으니 드디어 ‘온전히 골프에만 집중’ 할 수 있게 된 데다가, 가정을 꾸린 덕에 ‘먹고 살아야 한다는 뚜렷한 목표의식’ 도 더 가질 수 있게 된 것 아닐까.

그런 면에서는 골프 판으로만 따지면 한국사회의 유리천장은 남성과 여성이 뒤바뀐 케이스로 보인다. 여성들은 군대와 결혼에 마음 뺏길 이유 없이 남성 골퍼들보다 더 일찍 그리고 빨리, ‘뚜렷하고 구체적인 목표의식 설정’과 ‘온전히 골프에만 집중’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무슨 한국사회의 문제라거나 남성 역차별이라고 길길이 날뛰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다음과 같다.

한국 프로 골프 협회는 남성 골퍼들의 경기력 향상 방안에 대해서 어떤 문제의식과 해결방안, 그리고 장기적 로드맵을 가지고 있는가?

남성 골퍼들의 병역 문제, 이건 사실 더 장기적으로 봐야할 문제다. 골프가 국군 체육 부대 즉 상무에 팀이 없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이다. 일단 골프 자체가 가지는 이미지, 그리고 실제로 대중적으로 즐기는 사람이 인구수 대비 적은 입장에서 상무가 골퍼들을 받아들여 팀을 만들어 유지할 어떠한 명분도 없다. 그렇다고 무슨 골퍼들이 저소득층 혹은 각 지역 초중고 아이들에게 골프 봉사를 다니면서 대체 복무같은 걸 이야기 하기에는 ‘저소득층 혹은 한국의 초중고생들’ 이 골프를 즐기지도 않고 즐겨야할 이유도 없는 게 현재 골프라는 스포츠의 현실이다. 골프가 저변 확대에 신경을 써서 최소한 일반 대중들이 ‘스크린 야구장’ 에 가는 느낌으로 ‘스크린 골프장’ 을 이용하지 않으면 이건 가망성이 없다. 물론 한국 골프 협회는 저변 확대에 현재 어떤 관심도 없어 보인다.

결혼 문제에 대해서는 좀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뚜렷한 목표의식’ 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 골프 협회는 남성 골퍼들이 굳이 결혼해서 책임감을 가지기 전에도 뭔가 더 높은 야망과 목표의식을 심어줄 의향이 있기는 한가? 하다못해 한국 프로 골프 투어 판을 세계적으로 키우든지, 그게 아니면 한국 남성 골퍼들이 세계에 진출해 우승을 하고 전세계구급으로 놀도록 꿈과 야망과 목표의식을 가지도록 노력하고는 있는가? 이 역시 요원해 보인다.

골프의 저변 확대와 더 높은 이상을 향한 목표의식. 이는 골퍼들 개개인들 차원에서 노력해야 할 일이기도 하지만 한국 골프 계의 가장 최정상에 위치한 협회의 장기적 로드맵과 대책도 있어야 하는 일이다. 과연 그들에게 그런 안목이 있는지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