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나의 패션 취향 찾기 프로젝트의 그 첫 번째로 남성 패션의 시작과 끝이라고 할 수 있는 클래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클래식 스타일은 어디에서든 환영 받지만, 사실 여간 손이 가는 게 아니다. 셔츠는 늘 구김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항상 다려야 하고, 바지도 마찬가지이며 깔끔하게 닦인 구두도 마찬가지다. 클래식을 정말 사랑한다면 하루를 끝내고 매일 밤 다림질을 할 수 있겠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에겐 귀찮고 힘든 일이다.

그래서, 단정함의 끝판왕인 클래식과 대척점에 있는 워크 웨어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워크 웨어는 또 뭐냐고? 그대로 직역하면 된다. ‘일 할 때 입는 옷’이다. ‘일’이란 머리를 쓰는 일 말고 몸을 쓰는 노동자들의 차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저분하고 그런 게 아니라, 사실 소화만 잘하면 클래식에 뒤쳐지지 않을 만큼의 멋스러움을 뿜어낼 수 있는 스타일이 바로 워크 웨어다.

워크 웨어에는 여러 가지 옷들이 있지만, 역시 가장 먼저 언급되어야 할 것은 데님, 진으로 불리는 청바지다. 사실 데님은 원단 이름이고, 진이나 청바지로 부르는 게 맞다. 청바지는 19세기 당시 미국에서 골드 러시(금광이 발견된 지역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이 유행할 때, 유대계 독일인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가 텐트에 쓰이는 천으로 바지를 만든 게 시초다. 그 바지는 광부들의 큰 지지를 얻었고, 급기야 패션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에 이른다. 청바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리바이스(Leiv’s)’라는 브랜드가 바로 리바이 스트라우스가 설립한 회사다. 그리고 청바지를 패션으로 가지고 나온 첫 번째 브랜드이기도 하다.

광부들을 위해 만든 옷이었기 때문에 우선 정말 튼튼하다. 웬만한 충격을 가하지 않고 서야 바지가 망가질 일이 잘 없다. 가위로 자르는 건 당연히 논외. 아무튼 그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쉽게 입을 수 있었던 덕에 전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되고, 리바이스로 시작된 청바지는 이제 전세계 어느 패션 브랜드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됐다.

처음에는 파란색 청바지만 나왔으나, 시간이 지날 수록 물을 조금 뺀 워싱 청바지, 블랙 컬러의 청바지 같이 새로운 컬러가 등장했고, 2000년대 후반에는 다리에 꽉 끼는 스키니 핏이 유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다른 글에서 서술했듯이 유행 보다는 취향이 중요시 되기 때문에 스키니 뿐만 아니라 발목으로 갈수록 점점 좁아지는 테이퍼드 핏이나, 스키니 핏보다는 여유가 있는 슬림 핏 같은 여러 종류로 우리를 만나고 있다.

청바지 내에서도 특별한 이름을 가진 친구가 하나 있다. 셀비지 진으로 불리며 원단의 양끝 부분을 직물이 풀리는 것을 방지하기위해 하얗게 마감된 청바지다. 그냥 보면 다른 청바지와 다른 점을 찾기 힘들지만, 밑단을 접어 안쪽을 보면 봉제선을 따라 하얗고 빨간 띠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롤업을 하면 셀비지 진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데, 그 매력에 빠진 이들은 셀비지 진만 한 가득 모으기도 한다.

청바지는 캐주얼한 옷의 대명사이지만, 그렇다고 가볍기만 한 옷은 아니다. 옥스퍼드 셔츠와 다리에 맞는 슬림한 청바지, 그리고 더비 슈즈로 마무리 한다면 고급스러우면서도 센스 있는 착장을 완성할 수 있다. 대신 ‘생지’로 불리는 워싱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청바지가 가장 그 느낌을 잘 낼 수 있으며, 워싱과 함께 색이 연한 청바지의 경우 조금 더 가벼운 차림에 어울린다. 요즘에는 찢어진 청바지, 디스트로이 진이 과거에서 다시 살아 돌아왔기 때문에 적당히, 적절하게 찢어진 청바지는 당신의 패션 센스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다.

청바지는 세탁을 주의 깊게 해야하는 옷이다. 노동자를 위한 옷이라고 막 다뤘다가는 후회하게 될 거다. 우선 온수로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온수로 세탁을 했다가는 청바지가 갖고 있는 고유의 색이 탈락돼 처음의 모습을 잃을 위험이 크고, 예쁘게 워싱 되어 출시한 청바지도 처음의 워싱을 잃을지도 모른다. 가급적 드럼 세탁기는 피해야 하고, 특히 탈수를 하면 청바지에 좋지 않다. 드럼 세탁기는 중력을 이용해 세탁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청바지 고유의 색이나 핏을 앗아갈 위험이 크다. 탈수도 같은 방식이기 때문에 같은 이유로 권하지 않는다.

가장 좋은 방법은 손세탁이다. 울샴푸로 불리는 중성세제를 이용하여 미지근한 물, 혹은 조금 시원한 물에 5분간 담궈놨다가 살짝 흔든 다음 헹구고 말린다. 마른 뒤에는 조금 수축하지만, 다시 입고 얼마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기 때문에 너무 걱정은 하지 말자. 땀으로 청바지를 흠뻑 적셨다면 바로 세탁해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에 한 번씩 세탁하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이 모든 주의 사항은 정말 좋은 브랜드의 비싼 청바지에 한해서 말하는 것이다. 스파 브랜드나 보세 매장에서 산 2~3만원대의 청바지는 그냥 막 입어도 크게 문제 없을 것이다. 그 노력을 할 시간에 새로 하나 사는 게 나으니. 참, 그리고 워싱이 좋아도 말도 안되는 모양으로 워싱이 되어 있거나 너무 과하게 들어간 청바지는 피하자. 안 입느니 못한, 못난 디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