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드레의 정식명칭은 ‘고려엉겅퀴’ 이다. 곤드레라는 이름이 ‘고려엉겅퀴’ 보다 낯설지 않고 정겨운 이유는 아마 어느 한 트로트 가수의 히트곡이 떠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곤드레 만드레, 나는 취해버렸어.’. 술 취한 사람을 표현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일종의 클리셰다. 하지만 우리말은 조금 신기한 구석이 있는데, 곤드레가 무엇인지, 만드레가 무엇인지 그 어원이나 유래, 가르키는 바를 몰라도 그 말이 주는 느낌을 쫓아가다보면 금방 느껴진다는 것이다. ‘곤드레 만드레’ 누가 그런 표현을 붙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술에 취해 좀비가 된 사람들에게 기가 막힐 정도로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런 표현 때문인지, 곤드레는 조금 억울하다. 곤드레 나물이라고 하면 뭔가 질 낮아보이는 식재료 같은 느낌도 준다. 실제로 후배 중 한명은 곤드레 나물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사람이 먹을 수 있는게 맞냐고 의문을 가졌다. 먹거리에 별로 관심이 없던 친구이기는 했어도, 그런 반응은 난생 처음이라 꽤 당황했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곤드레는  ‘고려엉겅퀴다’. 한국자생식물로써 한반도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던 강한 생명력의 식물이었다.

그런 탓에 곤드레, 즉 고려엉겅퀴는 옛부터 구황작물로 활용했다. 삼시세끼 먹을 수 있으면 풍족했던 시절, 강원도 주민들은 특히나 더 배가 고플 수 밖에 없었는데, 당시 강원도 주민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던 것이 바로 이 곤드레 나물이었다. 연세 지긋한 강원도 주민의 말로는 당시에는 곤드레밥을 지으면 쌀 한두 숟가락 정도에 곤드레로 나머지를 가득채운 밥을 해먹었다고 한다. 그런 곤드레가 요즘은 귀한 식품 대접을 받아 그 상황이 역전되어 밥 한가득 담은 돌솥에 곤드레 풀떼기(?) 고작 몇개 얹어주는 형태로 바뀌었다. 어쨌든 지천에 널려 사람들의 배를 채워주어 귀했고, 지금은 웰빙음식으로 귀해진 곤드레야 말로 우리나라 식문화의 격세지감을 가장 잘 말해주는 재료가 아닐까 싶다.

정선아리랑에 보면 ‘곤드레 만드레 우거진 골로’ 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여기서 이 표현이 유래했다고 추정한다. 그만큼 흔하디 흔한 나물이었다. 엉겅퀴 특성상 여기저기 얽혀 흐드러진 모습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약용효과나 나물이 한반도 주민들에게 주었던 위로에 비하면 너무 초라한 대접이긴 하지만, 그들이 살아오는 환경은 아주아주 거칠고 흐트러진 환경이어서 그런 오해를 받는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드는 한가지 의문은 바로 ‘만드레’의 정체다. 속시원히 밝혀주는 관련서적이나 연구가 존재하지 않다. 다만 우리 토속 이벤트 중에 ‘만드리’ 라는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 정도만 있을 뿐이다. 만드리는 모를 심고 7월 중순쯤 풍년을 기원하는 의식인데, 이날 머슴이나 소작농등을 위로하고 화합하기 위해 동네 부농들이 고기와 술 등을 제공하는 일종의 동네잔치 및 풍년기원 이벤트였다. 일년에 몇 안되는 이 회식성 이벤트에서 술에 거하게 취한 머슴들이나 소작농들의 모습에서 유래했다고 하나, 썩 시원찮은 설명이다. 더구나 곤드레와 만드레, 두 단어 사이의 어떤 관련성도 없기 때문에 신빙성도 떨어진다.

만드레의 어원을 추적하던 중,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만드레’의 어원이 ‘맨드라미’에서 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맨드라미는 사실 일찍이 한반도에 유입된 거의 자생화된 꽃이다. 임진왜란 전후로 들어온 것이라 유추하고 있는데 최초의 기록이 ‘산림경제’에 기록되어 있다. 사실 맨드라미의 어원 또한 강원도와 관련이 있다. 맨드라미의 꽃은 닭의 볏처럼 생겼다 하여 한자로 ‘계두화(鷄頭花)’라 불렀는데 , 닭의 볏을 강원도 방원으로는 ‘면두’ 라고 불렀다. 이는 후에 ‘면두리’, ‘맨들’ 혹은 ‘맨드리’ 로 바뀌었는데 만드레의 이 맨드라미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맨드라미 풀잎은 곤드레 나물처럼 식용으로 먹기도 한다. 강원도와 경상도 북부지방 사람들은 이 맨드라미 풀잎도 뜯어먹고 살았다. 그렇다면, 곤드레는 ‘여기저기 흐트러진 모양’ 을 표현한 것이라면 만드레, 맨드라미는 도대체 무엇을 표현한 것일까.

맨드라미는 초록색 풀잎과는 다르게 데치거나 삶으면 붉은 물이 나온다. 그래서 실제로 맨드라미는 염료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맨드라미는 생물학적으로 비름과(Amaranthaceae)에 속하는데 흔히 쉽게 아마란스라고 브르기도 한다. 이 아마란스계 식물들은 실제로 염료, 안료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화학적으로 이걸 합성한 색소가 바로 식용색소 2호다. 또한 맨드라미의 자생환경과 곤드레의 자생환경 또한 비슷하다. 모래가 섞인 사양질 토양에서도 잘자란다.

(현재는 ‘타르계 색소’로 분류되 사용금지된 상태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섭취하는 맨드라미는 화학적 합성을 하지 않은 것이므로 안전상의 위험은 전혀 없다)

이처럼 곤드레의 여기저기 흐트러진 모습과 맨드라미의 붉어진 모습을 보며 술에 취한 사람을 비유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곤드레 나물의 효능과 맨드라미의 효능을 알면 우리가 붙인 표현에 조금 민망해진다. 곤드레는 지혈과 이뇨작용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알콜해독 뿐만 아니라 간질환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맨드라미는 출혈과 구토, 설사 등의 약재로도 사용했다.

곤드레 만드레 된 사람이 곤드레와 만드레를 먹으면 그야말로 완벽한 숙취해소가 된다. 어쩌면 그런 의미, 빅피쳐의 개념으로 우리의 조상들이 이런 표현을 썼을지도 모르겠다. 생소한 이름에 술냄새 가득한 이름의 나물들이지만 허기진 배를 채우고 한반도 주민의 건강을 보살폈던 귀한 식재료이자 약재, 곤드레와 만드레 되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