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킬로이의 캐디 해고

아마 지난 주 가장 화제였던 사건은 역시 매킬로이의 캐디 해고 사건이었을 것이다. 사실 스포츠란 것이 시즌 중에는 특정 팀 혹은 선수의 승패 말고는 크게 화제거리가 없기 때문에 이런 성적 외적인 사건은 단연 화제였다.

요약하자면 골퍼 로리 매킬로이는 얼마전 우승한 투어에서 계속된 실수를 범하는 중이었고, 캐디는 그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정신을 차리게 하고 싶어했었는지 그에게 욕설과 함께 고함을 쳤다. 실제로 골퍼 로리 매킬로이가 어떻게 그 ‘조언’을 받아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그 투어에서 우승했고, 인터뷰에서 캐디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투어가 끝난 후 그는 캐디를 해고했다.

골퍼와 캐디의 만남과 헤어짐이 워낙에 잦은 것이 이 판이라 사실 이런 해고는 경우에 따라 크게 이슈가 되지도 않는 다는 것이 많은 칼럼의 논조였다. 그러나 화제가 됐던 것은 역시 이 매킬로이와 캐디의 인연이 9년에 접어들 정도로 길고 깊었다는 것과, 해고 직전 투어에서의 캐디의 행동에 대한 대응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개인적 생각으로는 역시 대응으로 보인다. 대응이 아니라고 볼 어떤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많은 칼럼들은 동시에 캐디와 골퍼의 인연에 대한 여러 이야기도 같이 실었는데 그중에는 아름다운 인연으로 유명한 최경주 골퍼와 캐디와의 이야기도 있었고, 매킬로이 사건과 비슷한 예로 왓슨 골퍼의 선택에 이의를 제기해 경기중 우드와 아이언을 집어던진 캐디 에드워즈의 일화도 있었다. 모두 흥미로운 이야기였지만 결론은 어쨌든 좋게 헤어지건 나쁘게 헤어지건 혹은 좋게 끝까지 가건, 이 모든 것의 결정권자는 ‘골퍼’ 라는 것이었다.

여전히 상당히 권위적인 스포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자극적인 칼럼의 제목은 ‘매킬로이는 감독이 아닌 캐디를 원했다’ 였는데, 여기서 들었던 생각은 이것이었다.

‘그럼 캐디는 뭐 하는 사람이지?’

골프가 진정한 신사의 스포츠, 필드위에서 고독하게 혼자서 싸우는 스포츠, 캐디는 그저 백이나 메고 골퍼 기분 안좋으면 풀어주는 광대 짐꾼과 같은 존재라면, 캐디의 존재라는 게 민주화되고 현대화된 지금 시점에서 필요한 이유가 무엇일까?

골프가 그렇게 전쟁터에 나가는 기사의 기사도같은 용맹함과 고독함의 스포츠라면, 그 수많은 골프채가 담긴 백도 골퍼가 매는 게 맞지 않을까? 옆에 조언해줄 사람, 핀과 공의 거리를 봐줄 사람도 필요 없고 선택도 본인이 내린다면 캐디는 필요가 없는 게 맞지 않을까. 적어도 그정도는 해야 골퍼가 ‘용맹’ 하다고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전쟁터에서 무기를 대신 들게 하고 적이 코앞에 있는데 자기 기분이 좀 삐졌다고 광대를 동원해 기분을 풀어야 할 정도로 멘탈이 안 좋다면 필드가 아니라 요양원에 가야하는 게 아닐까. 우리는 그런 사람을 젠틀맨이나 기사의 용맹함을 가졌다고 하지는 않는다. 좋게 말해야 찌질이 정도 아닐까.

나는 이 시점에서 현대 골프에서 캐디라는 직업이 가지는 위치와 목적을 규정에 성문화하며 재설정함도 좋지 않은가 싶다. 캐디가 꼭 백을 매야 하는가? 캐디가 백을 매지 않으면 골퍼와 팀을 이뤄 승부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캐디와 상의하기 싫은 골퍼가 있다면 캐디 없이 그저 로봇이 끄는 백만 홀로 고독하게 끌고 다녀도 될 일이다. 지금이야 캐디가 ‘감독’ 의 위치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입장이지만(물론 개인적 노력으로 감독에 준하는 위치까지 간 캐디들도 있지만), 이렇게 규정으로 제한된 사항들이 나온다면 정말로 미래에는 캐디가 ‘감독’과 같은 승부사의 위치에 올라설 수도 있을 것이다. 좀더 수평적이고 민주적 관계 형성도 가능할 것이다. 골프의 경기의 질도 물론 높아질 것이다.

물론 나의 망상이자 개인적 생각일 뿐이다. 그러나 필드에 선 찌질이들이 더 이상 용맹이나 젠틀함을 논하는 걸 나는 보고싶지 않다. 그것은 필드를 더럽힐 뿐이다. 돌봐줄 유모가 필요하다면 캐디를 해고하고 로봇 청소기처럼 백 운반만 해줄 로봇을 고용하는 게 나을 것이다. 아니면 혼자서 백을 메고 18홀을 돌던가 말이다.